컨텐츠 바로가기

[기자수첩]기업의 힘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치인이 못하는 일을 기업인이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모두 놀랐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유창한 영어로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여론은 긍정적이다. 정 회장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투자 계획을 발표한 최초의 한국 기업인이 됐다.

연출도 매끄러웠다. 정의선 회장은 향후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의 투자계획과 함께 현대차그룹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이따금 트럼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이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와 추임새로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을 "위대한 회사"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은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이다. 관세 전쟁,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강화. 글로벌 교역 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는 계엄·탄핵 사태로 인해 반으로 찢어졌다. 광장은 진영논리로 갈렸다. 관계 부처가 동분서주했지만, 정상의 부재로 역할은 제한적 일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일본, 유럽 등 주요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기업들은 정부의 힘에 기대지 못하니 생존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중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골프 라운드에 동행하는 등 직접 미국 정부 관계자와 물밑 접촉을 해왔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에 "우리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화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기업의 힘'이 발휘된 셈이다. 이는 곧 관세전쟁에서 국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일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의 주요 먹거리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자동차 산업 밸류체인에 속한 협력업체와 그 근로자까지 생각하면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현대차그룹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그런 '왕관의 무게'를 한 기업인이 오롯이 짊어지고 자기 역할 이상을 해낸 셈이다.

탄핵심판 선고일 발표가 미뤄지면서 국정 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그래도 경제는 활력을 잃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해 움직이는 일류 기업이 한국에 있다는 게 다행이다.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zoo@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