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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르포]“이 값에 안팔아” 콧대 높아진 마포 집주인 배짱에 중개업소 문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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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시행 이틀 차 마포구 대표 단지들 살펴보니

마래푸·마프자·마더클 모두 이달·지난달 신고가 경신

매도자 “팔 생각 없어” vs 매수자 “가격 올라 엄두 못 내”

2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 전경.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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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지난해 여름부터 가격이 올라도 매물은 있어서 거래가 성사됐는데, 이제는 매물 자체가 없네요. 당분간 매매 불가능 상태라 보는 게 빠를 것 같네요. 대낮 영업시간인데 거래시킬 매물이 없어서 문 닫고 스크린 골프 치러 왔습니다”(마포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 제외된 마포구 아파트의 거래가 잠겼다. 토허구역 재지정 이틀 차인 26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상당수 문이 닫혀있거나 손님이 없다고 불조차 켜지 않은 곳이 대다수였다.

집주인은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두고, 매수 대기자들은 눈치를 보면서 계약서를 도로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토허제로 묶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서 ‘갭투자(세 끼고 매수)’를 못한 이들이 마포구로 넘어왔지만, ‘가격 눈높이’가 달라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자금력 있는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마포구 신축 단지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마포더클래시’ 아파트 모습.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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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를텐데, 지금은 안팔래” …‘마프자’ 전용 84㎡ 25억 넘게 불러
‘마포프레스티지자이(마프자)’ 아파트 중개를 담당하는 마포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추천할만한 매물은 1월부터 다 나가고 없다”며 “어제까지 남아있던 마프자 3단지 전용 59㎡도 집주인이 19억5000만원에도 팔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해 매물을 거둬들인 상황”이라고 했다.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에서도 “부동산 광고에 나와 있는 매물들은 몇 주 전까지 있던 매물이고 현재는 다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가격이 매섭게 오르다가 토허제 확대 지정 여파로 오를 게 뻔하다 보니 아예 지금 팔 생각을 접는 사람이 많다”며 “전용 84㎡ 매물은 한두 개 있지만 호가가 25억원을 넘어 매수자들이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과 2023년 입주가 시작되며 일대에서 가장 신축으로 꼽히는 ‘마포프레스티지자이’와 ‘마포더클래시(마더클)’ 아파트는 지난해 이맘때 대비 실거래가가 약 5억원 가까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프레스티지자이 1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3월 18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3일에는 23억9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마포더클래시’ 전용 84㎡ 역시 지난달 24일 21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전년 동월 대비 4억5000만원 올랐다.

‘마포프레시티지자이 1단지’ 아파트 전경.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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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는 집 많은 게 지금은 유리” 과거 대장주 ‘마래푸’도 반등
한 때 이 지역 대장주로 꼽히나 준공 10년차가 넘어가며 주춤했던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도 최근 다시 토허제 효과로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래푸 전용 59㎡는 이달 17일 17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마포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연식으로 인해 인근 마프자·마더클에 비해 찾는 사람들이 덜하나 그래도 대단지 프리미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강남이 너무 오르다 보니 마포로 넘어와서 한번 매수를 해봐야겠다는 매수대기자들과 더 오르기 전에 진입을 서두르려는 매수자들이 혼재된 상황”이라고 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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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허제 이후로 오히려 거래는 신축 단지들에 비해 활발한 편이다. 마포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마래푸는 워낙 세대수가 많고 전세 낀 갭투 비율이 높아 토허제 재지정 이후 오히려 거래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마포의 다른 단지들처럼 현재 입주가능물건은 거의 없지만, 전세 들어있는 물건이 꽤 많다”며 “마프자와는 약 5000만원 정도 미세한 시세 차이가 난다. 현재 언덕에 위치해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3·4단지에서도 17억원은 기본이고, 2단지는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아직 실거래가 반영 전이지만 몇주 뒤면 17억원 밑으로 거래되는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같은 해 준공된 ‘마포자이’ 아파트도 이달 21억1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토허제로 물건은 많이 빠졌지만 2월말부터 지난주까지 총 7건이 거래됐다”며 “문의가 전보다 줄었어도 가격은 여전하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로열층의 현재 매매호가는 약 22억원 정도”라고 했다.

전문가는 토허제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마포구 일대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선 직방 데이터랩실장은 “강남을 선호했던 수요자들이 마포·강동구로 분산이 되며 대표적인 수혜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추가적인 대출 규제로 시장 유동성이 낮아질 수는 있어도 가격 상승은 한동안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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