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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부정선거 주장하며 쿠데타 기도…브라질 보우소나루 재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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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26일 브라질리아 연방 상원 의사당에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그의 쿠데타 등의 혐의에 대해 재판을 개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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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쿠데타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처럼 근거없는 부정선거를 핑계로 쿠데타를 음모했다가 결국 재판에 회부된 것이다.



브라질 대법원은 26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에도 권력을 유지하며 선거 결과를 뒤집고, 대통령 당선자를 암살하려는 등의 방대한 계획을 세운 혐의에 대해 재판 개시를 결정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알렉산드르 데 모라에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가 쿠데타 계획을 “알았고, 조종했고, 논의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5명 대법관 전원은 만장일치로 그의 재판 회부를 결정했다.



보우소나루 및 브라질 정보기관장 등 그의 측근 7명은 지난달 “민주적 법치에 대한 폭력적 폐지” 및 “쿠데타” 혐의 등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브라질 경찰은 지난 2년 동안 보우소나루의 집과 사무실 등을 수색하고, 그의 측근들을 체포했다. 그의 고위 보좌진들로부터의 자백을 받아내는 등 2년간의 수사 끝에 그를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지난 11월 공개된 그에 대한 884쪽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법원을 해산하려고 했다. 군에게 특별권한을 부여하고 당시 대통령 당선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를 암살하려는 등의 정교한 음모를 지시하고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보우소나루의 사건을 담당한 모라에스 대법관도 그 쿠데타 기도에서 암살 대상이었다.



특히, 그의 쿠데타 계획에는 2022년 대선 몇달 전부터 일었던 전자투표기계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 확산도 포함됐다. 보우소나루는 대통령 선거가 야당에 유리하게 조작됐을 경우에만 자신이 패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보우소나루는 대선 패배 뒤 극우 지지자들을 동원해 전국의 군 병영 앞 농성을 부추겼다. 그리고 군을 향해 선거결과를 뒤집을 것을 요구하도록 했다. 룰라 대통령이 취임한 지 1주일 뒤인 2023년 1월8일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극우 시위대는 수도 브라질리아의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 등 주요 권력기관에 난입했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패배하자,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한 일을 흉내 낸 것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6일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보우소나루가 패배한 2022년 브라질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폭동을 일으켜 체포된 이들에게 사면을 주는 법안을 지지하려고 열렸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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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뒤 경찰은 보우소나루의 집을 수색하는 한편 국외 도주를 막기 위해 그의 여권을 압수했다. 그러자 보우소나루는 헝가리 대사관으로 도주해 이틀을 지냈다. 개인적 친분이 깊은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도움으로 체포를 피하려는 시도였다.



보우소나루는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으면, 12∼40년의 징역형에 처하게 된다. 앞서 그의 변호인은 고등법원에서 쿠데타 계획이 “매우 심각하다”며 쿠데타 음모가 있었음은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보우소나루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가 도주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면, 재판 전에 체포될 가능성은 적다. 최근 그는 연일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등 자신의 구명을 펼치며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의회 등 정치권 내 보우소나르 지지자들은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를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 관련법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그의 재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1월8일 브라질리아 폭동으로 형이 확정된 사람들을 사면하기 위한 새로운 법도 추진 중이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보우소나루는 비슷한 성향으로 교분을 쌓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구하고 있다. 보우소나루의 아들은 지난주 보우소나루가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 정부에 보우소나루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어달라는 로비를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지난달 브라질 검찰이 보우소나루를 기소하기 몇시간 전에 트럼프의 미디어 회사는 그의 사건을 담당한 모라에스 대법관이 소셜미디어에서 우파의 목소리를 불법적으로 검열했다며 그를 미국 연방법원에 고소한 바 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보우소나로는 침묵을 지켰다. 그는 성명에서 법원의 결정은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며 “야당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에 의해 “투표함”에서 선출되지, 법정의 몇몇 판사들에 의해 선출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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