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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한미 FTA에 부정적’ 트럼프, ‘안보론’ 내세워 자동차 25%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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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수입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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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각) 자동차 25% 관세 방침을 전격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논리는 ‘자동차 수입이 늘어, 국내 산업기반이 붕괴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국가안보’를 근거로 들어야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안보 위협론’을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는 영구적일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다음달 2일 발표되는 상호관세까지 고려하면 관세가 지나치게 높아져 무역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역법 232조 ‘국가안보’ 이유로…6년 전 보고서 재탕 논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을 보면, 자동차 관세 부과는 집권 1기 때인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데서 기인했다.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대통령에게 예외적인 관세 부과권을 부여한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뒤, 상무장관이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한다. 대통령은 보고서를 받은 뒤 90일 이내에 관세 등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2019년 상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각국과의 협상, 수입차 및 특정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등의 대책을 제안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에서 ‘2019년 보고서를 상무장관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국가안보 위협이 여전해 관세부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약 절반만이 국내에서 제조되는 등 비율이 더 줄었고, 외국 자동차 산업은 불공정한 보조금 등으로 더 성장했다는 것 등을 안보위협의 예로 제시했다. 백악관도 설명자료를 내고 “1985년에는 미국인이 소유한 미국 내 시설에서 제조한 차량이 1100만대로, 전체 국내 생산 차량의 97%를 차지했다”며 “지난해 미국인들은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경트럭 약 1600만 대를 샀는데, 그중 절반인 800만대가 수입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무장관의 6년 전 보고서를 근거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할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튀르키예산 철강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을 때 미국 수입업체가 ‘상무장관의 조사 없이 관세가 부과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상무장관의 보고’ 등 232조의 절차적 요건을 따르지 않았다며 해당 조처를 무효로 판단한 바 있다.



이날 포고문을 보면 상무장관은 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보고서 모니터링 결과를 ‘제공 받았다(inform, provide)’라는 표현만 사용했다. ‘보고받았다’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는다. 232조는 대통령이 보고서를 받은 뒤 9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2019년 보고서를 근거로 판단할 수 없다. 글로벌 로펌 홀랜드 앤 나이트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가 2018년 보고서를 근거로 하고 있으므로 소송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상호관세 발효되면, ‘25%+상호관세’ 적용되나





다음달 2일 발표될 상호관세가 이날 발표된 자동차 25% 관세에 추가될지도 관심거리다. 이날 포고문에 이와 관련해 명시적인 문항은 없다. 다만 ‘자동차 관세 25%는 여타 기타 관세, 수수료 등에 추가된다’고만 밝히고 있다. 상호관세가 ‘여타 기타 관세’에 해당한다고 보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트럼프 2기 출범 뒤 발효된 관세 중 중국 적용례를 보면 추가 쪽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모든 수입품에 20% 일괄 관세를 부과했고, 철강엔 25% 관세를 부과했다. 현재 중국산 철강에는 45% 관세가 적용 중이다.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이날 논평을 내고 “상호관세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부과된 자동차 및 철강·알루미늄 등 관세들에 추가된다면, 관세가 너무 높아져 무역 자체가 중단되고 관세 수입도 사라지는 ‘금지 수준(prohibitive tariff zone)’에 근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무역협정을 무력화하는 조처라는 비판도 나왔다. 커틀러 부회장은 “(이날 조치는) 일본·한국·멕시코·캐나다·유럽 등 가까운 무역 파트너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은 이들 중 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미국의 약속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직접 공격했다. 그는 포고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간 무역 협정(USMCA)이 (국가안보위협 감소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조언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자유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25% 관세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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