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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빚 있는 자영업자 수는 줄었는데, 1인당 빚은 3억4200만 원으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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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발표]
지난해 자영업자 차주 전년보다 1.6만↓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 오히려 3.1만↑
"경기 부진으로 소득 줄고 대출은 늘어"

이달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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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 부진으로 빚 갚기 어려운 자영업자의 대출 부담만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빌린 자영업자 수는 소폭 줄었는데, 이들이 갚아야 할 돈은 오히려 불었고 저소득·저신용 차주 수도 늘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중 '자영업자 연체 상황 및 채무상환 능력 점검' 부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빚을 가진 자영업자 수는 총 311만5,000명으로 전년 말(313만1,000명)보다 1만6,000명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출 잔액(1,064조2,000억 원)은 11조 원이 늘었다.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도 3억3,600만 원에서 3억4,200만 원으로 600만 원 증가했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 차주' 관련 통계를 보면, 이미 대출 부담이 큰 자영업자에게 어려움이 가중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소득 혹은 저신용 다중채무자인 취약 차주는 지난해 42만7,000명으로 전년 말에 비해 3만1,000명 늘었다. 연중 다중채무자가 감소(-2만2,000명)했는데도 기존 다중채무자 중 소득이나 신용이 하락한 이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갚아야 할 돈(125조4,000만 원)도 9조6,000억 원 늘어,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의 11.8%에 달했다. 보고서는 "취약부문의 부실이 늘어나면 일부 지방·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연체율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자영업자 연체차주 수는 2022년 2분기 말 4만8,000명에서 지난해 말 14만8,000명까지 세 배 넘게 급등했다. 이 때문에 연체율(1.67%)은 코로나19 이전의 장기평균(1.68%)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했다.영업과 밀접한 서비스업의 경기 부진에 따른 소득 감소와 높은 대출금리 등이 연체율을 밀어 올렸다. 지난해 연체 자영업자의 평균 연간소득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대비 5.8% 감소한 반면, 평균 대출금액은 4.4% 증가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김정호 한은 금융안정총괄팀장은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취약 차주의 연체율이 낮아질 수 있지만, 소득 여건 등이 개선돼야 눈에 띄는 연체율 감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맞춤 지원'을 강조했다. 개별 자영업자의 상환능력과 의지에 따라 금융지원, 채무조정, 재기 지원 등의 방안을 차별적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제언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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