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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폭싹 속았수다’ 개성 만점 조연들, 어디서 봤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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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에서 관식의 엄마 계옥으로 출연한 오민애(맨 왼쪽).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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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 누군가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공개 이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주변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조연배우들 덕분에 극의 재미가 살아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1화를 이끈 배우는 애순의 엄마 광례를 연기한 염혜란이다. 노동과 가족 돌봄으로 고달픈 광례는 자신의 짐을 같이 들려는 애순을 보면 마음이 시리다. 염혜란은 이런 광례의 얼굴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애순에게 조기 하나 안 주는 시댁에 가 ‘깽판’을 치는 얼굴엔 설움 가득하고, 애순에게 “쫄아붙지마. 너는 푸지게 살아” 할 때는 온기 어린 미소를 짓는다. 애순이 자신을 떠올리며 지은 시 ‘개점복’을 읽으면서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려 입을 꾹 다물지만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1회는 폭풍 같은 염혜란 연기가 휩쓸었다” “지금 연기 제일 잘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염혜란”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의 엄마 광례를 연기한 배우 염혜란.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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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데뷔한 염혜란은 나문희 주연 영화 ‘아이 캔 스피크’(2017)의 진주댁 역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2019)에서 변호사 홍자영 역을 맡아 오정세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당시 맺은 임상춘 작가, 오정세와의 인연은 ‘폭싹 속았수다’로 이어졌다.



관식의 엄마이자 애순의 시어머니 계옥 역의 오민애는 광례와는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애순 뒤만 따라다니는 아들을 보며 “차라리 개를 하나 키울걸” 하고 투덜대고, 애순과 관식을 갈라놓기 위해 상처가 되는 말을 주저 없이 하면서도 결국은 아들을 이기지 못하고 속을 끊인다. 시집살이로 애순을 괴롭히지만, 애순이 아들 동명이를 잃고 괴로워하는 순간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살면 살아진다”고 위로한다. 시청자들은 “툴툴대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 “연기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간다. 인간극장 같다”고 했다.



오민애는 염혜란과 함께 출연한 ‘더 글로리’(2022)에서 재평건설 사장 하도영(정성일)의 엄마로 얼굴을 알렸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전재준(박성훈)과 기싸움을 하면서 “그늘집 만두는 맛있었어요”라고 비꼬듯 말하는데, 이 짧은 장면만으로 성격이 드러난다며 드라마를 안 본 이들에게까지 회자됐다. ‘나의 해방일지’(2022)에선 편의점 주인 변상미로 짧게 출연했다. 편의점 근무자 염창희(이민기)에게 전화를 걸어 몇시간씩 하소연하는 인물로, 일상에서 만날 법한 소소한 ‘빌런’으로 활약했다. 영화 ‘딸에 대하여’(2024)에선 동성애자인 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새로운 엄마’의 모습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한 강말금.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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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말금은 부산으로 야반도주한 애순과 관식에게 시련을 안기는 여인숙 주인 금자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부산 인심 직이지예?” 하며 경계를 해제시킨 뒤 가방을 털어가고, 분통을 터뜨리는 애순과 관식에게 “끄지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강말금은 실제 부산 출신답게 찰진 사투리를 선보이고, 순간 서늘하게 변하는 표정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강말금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를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집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까지 끊긴 주인공 찬실 역을 맡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등을 받았다.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한 배우 김금순(오른쪽)과 남미정.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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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순은 현실감 있는 ‘졸부’ 연기로 화제가 됐다. 딸 제니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화려하면서도 촌스러운 화장, 입을 크게 벌려가며 밥을 먹는 모습, 노골적이고 무례한 화법에 시청자들은 현실에 이런 졸부가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금순은 ‘오징어 게임’ 시즌2(2024), ‘엄마 친구 아들’(2024), ‘엘티엔에스’(LTNS·2024) 등에서도 짧은 출연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지난해 영화 ‘정순’으로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도둑으로 몰릴 뻔한 금명을 돕는 제니네 가정부도 제니 엄마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를 연기한 남미정은 1989년부터 연극 무대에서 배우와 연출가로 활약해온 연극계 유명인사다. ‘응답하라 1988’(2015)에서 덕선(혜리)의 이름을 바꾸게 한 무당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부상길을 연기한 배우 최대훈.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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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훈과 고 강명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최대훈은 툭하면 “학! 씨”라는 말을 내뱉는 부상길 역을 맡아 ‘학씨 아저씨’라는 별명도 얻었다. 아내를 무시하고 자식들에게 권위적이며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심통을 부리는 전근대적 남성의 전형을 보여줬다. 암 투병 끝에 지난 2월27일 세상을 떠난 고 강명주는 아들 영범과 금명의 결혼을 반대하는 예비 시어머니 역으로 시청자들의 속을 끓이는 열연을 선보였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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