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의 퇴진과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7개월 가까이 포성이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정파 하마스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며 하마스의 통제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 시작된 시위는 하루 만에 중부 데이르알발라, 남부 칸유니스까지 확산됐다. 시위 참여 인파도 수천명 규모로 늘어났다. 이들은 폐허가 된 거리에서 “하마스는 나가라”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 열린 최대 규모 시위로, 이곳을 통치하는 하마스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한 시위 참가자는 “사람들이 지치고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전쟁에 반대하는 자발적인 시위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주민들의 분노를 존중한다면서도 하마스의 정치적 라이벌인 파타와 이스라엘이 시위를 조직하고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 고위 간부인 바셈 나임은 “모든 팔레스타인인은 고통 속에서 절규하고 침략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권리가 있다”면서도 “의심스러운 정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가자의 비극적인 상황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휴전을 중재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등은 PA를 종전 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하마스 대안 세력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PA의 통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해 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출범한 뒤로는 아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을 노골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의회(크네세트) 연설에서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거부할수록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며 “여기엔 영토를 점령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분출한 ‘하마스 퇴진’ 여론에 이스라엘은 반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하마스를 퇴출시키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주민들을 향해 “하마스를 가자에서 쫓아내고 모든 이스라엘 인질을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하라”며 “이것이 전쟁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시위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공격한 것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8일 두 달여간 지속된 휴전을 깨고 공격을 재개했고, 가자 전역에 또다시 대규모 대피령을 내리면서 주민들의 공포와 피로감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제력이 이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악한 경제 상황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시위를 강하게 제압했던 2019년과 달리, 가자 전역으로 시위가 번지는 와중에도 하마스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마스는 지난 1월19일 휴전이 발효되자 수천여명의 경찰과 보안군을 가자 전역에 배치해 치안을 담당했으나,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이 재개된 이후 가자 거리에서 종적을 감춘 상태다. 표적 공습을 피하기 위해 다시 땅굴 등으로 은신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공격 재개 후 하마스 주요 인사들을 줄줄이 제거하고 있다. 이날 압둘 라티프 알카누 하마스 대변인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날 베이트라히야에선 사복을 입은 하마스 대원이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분노한 군중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알아즈하르대학교 가자 캠퍼스의 정치학 교수인 믹하이미르 아부사다는 “하마스는 많은 고위급 군사·정치 지도자를 잃었고 오늘의 하마스는 2019년과 다르다”면서 “그들도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것은 실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짚었다.
팔레스타인 분석가인 아크람 아탈라는 “하마스는 전쟁 전 대중의 반대를 억눌러 왔지만, 이번 시위가 힘을 얻더라도 이를 진압할 방법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파괴적인 군사 공세에 직면해 있으며 시위대를 탄압할 힘이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 소재 팔레스타인 정치 및 조사연구센터의 칼릴 시카키 소장은 “가자지구에서 3분의 1 정도만 하마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에 대한 지지는 가자지구보다 오히려 서안지구에서 높은데, PA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카키 소장은 “대체로 서안지구 주민들은 가자지구가 겪는 고통과 괴로움을 겪지 않지만, 가자 주민들에게 이런 고통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하마스가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