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1 (월)

[매경춘추] 한국 노동생산성 꼴찌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약 44.4달러로 회원국 38개 중 33위다. 이는 미국 77.9달러, 독일 68.1달러는 물론 하위권인 일본 49.1달러보다도 낮다. 그 원인은 주52시간제의 일괄 규제에 따른 비효율과 '월급 루팡'이라 불리는 근로자의 가짜노동 습관, 귀족화된 강성노조가 여전히 노동시장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 대다수 선진국처럼 노사 협의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시장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요동치는데도 우리나라 반도체 특별법은 52시간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에 막혀 있다. 노사 협의로 탄력적인 근로시간을 운용하는 경쟁국 입장에서는 한국 노동시장 상황이 반가울 따름이다.

둘째, '가짜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우리 직장인은 연령·직급에 상관없이 하루 근로시간의 30%를 가짜노동에 소비한다. 2023년 한국의 연간 총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인 1872시간이지만 실제 업무 외 커피 타임, 개인 용무, 잡담, 담배, 웹서핑 등으로 30%를 보내 '진짜노동' 시간은 연간 1367시간에 불과하다. 이는 장시간 근무 습관이 비효율과 저생산성을 굳힌 결과다. 반면 선진국들은 정확한 근태 관리 시스템과 성과 기반 평가를 통해 업무 외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셋째, 21세기 선진국에서 이미 유물화된 귀족노조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권력화된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은 생산성 저하를 유발한다. 20여 년째 반복된 화물연대 파업은 2022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약 4조140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고, 단기 피해를 넘어 경제 신뢰도와 투자 환경에 장기적 악영향을 끼쳤다. 또한 주거지역 건설 현장에서 '민노총 업체 고용을 위한 확성기 시위' '365일 걸린 시위 현수막' '빈철연(빈민해방실천연대)의 시위 대행' 같은 이익집단의 갈등 조장도 생산성 저하를 가속시킨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 관계기관의 무조건적 근로자 편들기, 실업수당을 악용한 상습적 근로 형태 등도 근절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한번 뒤처지면 쫓아가기 힘들다. 우리도 세계 10대 경제강국에 걸맞게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독일식 노사 공동 결정 제도를 도입해 노동자와 경영진이 함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생산성을 높이거나,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노동조합처럼 실리적 노동조합주의로 조합원의 이익과 산업 발전을 함께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가짜노동을 줄이기 위해 성과 중심 업무 수행과 집중근로제를 확산해야 한다. 강성노조가 정치와 결탁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행태도 이제 중단해야 한다.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반복 업무는 자동화하며, 창의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로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국회·기업·근로자 모두가 참여하는 노동정책 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박성중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