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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車 관세 25% 후폭풍...210억 달러 투자한 현대차그룹도 피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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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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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자 국내 자동차·부품·철강 산업 전반에 투자도, 일자리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4월 3일(현지시간) 0시 1분을 기점으로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자동차 부품은 5월 3일 이전에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면제 관련 질문에 “관세는 100% 영구적(permanent)”이라며 선을 그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세부 내용에 따르면, 수입산 승용차(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 크로스오버, 화물밴 등) 및 미니트럭, 자동차 부품(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전장부품 등)에 관세가 부과된다. 백악관은 “다른 부품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① 지난해 99만대 수출한 현대차·기아 타격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 707억8900만 달러 중 49.1%(347억4400만 달러, 약 50조4800억원)를 미국 수출에서 올렸다. 지난해 99만5477대를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현대차·기아가 올해도 비슷한 물량을 수출한다면 타격이 가장 클 수 있다. 닛케이는 이날 노무라 증권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서 “미국·한국·일본 등 글로벌 주요 10개 완성차의 연간 관세 부담액은 총 510억 달러(약 75조원)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일보

김지윤 기자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공장의 올해 최대 생산능력인 연 30만대를 생산하더라도 한국 수출예상물량(약 100만대)의 30%만 대체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 회견을 통해 밝힌 총 투자액 210억 달러(약 30조8500억원) 중 86억 달러를 HMGMA 생산능력 연 50만대 확대 등에 쓰겠다고 했으나, 공장 증설에는 1년 이상 걸린다.

차종별로 봐도 당분간 손해를 피하긴 어렵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기아 차종 중 아반떼(13만6698대), 펠리세이드(11만55대), 쏘나타(6만1701대) 등 인기 차종은 모두 한국에서 수출됐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HMGMA에선 아직 생산 계획이 없는 차종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일부 차종은 한국산을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지 공장에 인기 차종 생산라인을 만들고, 얼마나 빠르게 연산 120만대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② 자동차 부품사도 위기



자동차 부품사의 우려도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부품(HS코드 8708) 수출액 188억900만 달러(27조3000억원)의 37.6%인 70억7200만 달러(10조2000억원)가 미국으로 수출됐는데, 앞으로는 여기에 25% 관세가 붙는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타격이 클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3년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업체는 1만5239개사로 완성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952개사)→2차 협력사(2577개사)→3차 협력사(9536개사) 등 도급 단계가 낮을 수록 업체 규모는 작고 숫자는 많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 수출하는 1차 협력사가 관세로 타격을 받으면 2·3차 협력사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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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및 다른 완성차 미국법인에 제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전장·모듈), 현대트랜시스(파워트레인·시트), 현대위아(구동시스템) 등 계열 부품회사의 경우에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을 납품받는 미국 내 완성차 업체가 관세를 전가하기 위해 새로운 계약을 맺자고 할까 봐 우려된다”고 전했다.



③ 막막한 한국GM...“정부가 나서야”



한국GM은 뚜렷한 대비책도 없다. 한국GM이 지난해 생산·판매한 차량 49만9559대 중 미국 수출분은 41만8792대로 83.8%에 달한다. 관세 부과시 미국 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에 일각에선 ‘철수설’까지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최근 미국 본사를 방문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듣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국내 일자리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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