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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의 어쩌다 마주친 문장] [24] 보석 같은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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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서 왔나? 내 어린 시절에서 왔다.

남들이 어느 나라 출신이라고 말하듯, 나는 내 어린 시절 출신이다.



−생텍쥐페리의 회상록 ‘전시 조종사’ 중에서

‘나를 위한 글쓰기’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상 내가 들은 유일한 글쓰기 수업이었는데, 요즘도 가끔 생각난다. 특이하게도 수업의 주안점이 글쓰기 실력보다 자존감 키우기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과제로 글을 쓰는 동안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글을 쓰며 찾아가는 과거는 그저 단편적으로 생각하다 마는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더 깊고 생생했다. 물 반 민물새우 반이었던 뒷산의 계곡물, 무당개구리 떼로 들끓다시피 했던 웅덩이, 한번 발로 차면 온갖 곤충이 일제히 사방으로 뛰던 풀밭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졌다.

지금도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면 그때 그 보석 같은 시절로 돌아가 본다. 보석의 빛으로 물들어 잠시나마 빛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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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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