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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0년 전 ‘민감국가’에 한국 등 50개국 지정…‘핵정책 우려’ 원인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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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30년 지난 외교문서 공개

미국 에너지부 내부 규정 담겨

정부 “핵정책 우려와 불신” 지정 원인 추정

외교부가 28일 공개한 1993년 외교문서에 미국 에너지부의 내부 규정이 담겨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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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가 30년 전 한국을 포함해 총 50개 국가를 ‘민감국가’로 지정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정부는 당시 민감국가 분류의 구체적인 배경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핵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외교부는 28일 생산된 지 30년이 지나 비밀이 해제된 외교문서 2506권(38만여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문서에는 1994년 1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15차 한·미 원자력 및 기타 에너지 공동상설위원회’의 준비 과정이 담겼다. 여기엔 정부가 미국 에너지부의 내부 규정을 요약·정리한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1981년 1월5일부터 민감국가 지정 제도를 시작했고, 한국을 처음부터 민감국가에 포함했다.

미 에너지부는 핵무기 생산기술과 원자력 관련 기술, 군사용 컴퓨터 개발 기술, 첨단 기술 등을 ‘민감기술’로 분류했다. 또 특별 핵물질 또는 비밀물질 관련 시설을 ‘민감시설’로, 에너지부 산하 연구시설을 ‘보안시설’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 상황과 핵비확산, 지역 불안정, 테러 지원 문제 등을 고려해 ‘민감국가’를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민감국가의 국민이 민감시설 등을 방문할 경우 “엄격한 절차 규정이 있다”고 나와 있다. 당시 민감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북한,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파키스탄, 러시아 등 50개국이었다.

외교부가 지난해 공개한 외교문서를 보면, 정부는 1993년 12월 제1차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앞두고 민감국가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민감국가에서 제외할 것을 미국에 요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당시 민감국가 분류 배경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70년대 핵정책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추측했다. 박정희 정부가 1970년대 독자 핵무장을 추진한 것을 원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994년 7월 민감국가에서 해제됐다. 지정된 지 13년 만이다.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에서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감국가 해제는 1991년 남한에서 미군의 전술핵이 철수되고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한 시기와 맞물린다. 이 공동선언에는 남북이 핵무기의 시험·사용 등을 하지 않고,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4월15일 발효)에 포함키로 했다. 한·미는 민감국가 분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민감국가 분류 배경이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보안 관련 문제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보안 문제의 구체적인 사례는 미국으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했다. 국내 자체 핵무장론이 비등한 상황도 민감국가 분류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30년 전 사례에 비춰 한국이 민감국가 지정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감국가가 발효되기 전에 해제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의 지정 철회 시기를 두고 “예단하기 어렵다”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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