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인근 주민 호흡기 통증 호소
연기 속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
“노약자-어린이 등 노출 최소화해야
KF94 마스크 쓰고 물 자주 마셔야”
“우린 괜찮다, 걱정마라”… 딸과 통화하는 80대 이재민 부부 28일 오전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주민 전갑수 씨(89·왼쪽)와 김태순 씨(84) 부부가 맏딸과 전화 통화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6일 자택이 산불에 타버려 대피소에 온 전 씨는 “아내가 거동이 불편해 집이 불에 타는 순간 마을 청년들의 도움을 받아 대피소로 몸만 간신히 빠져나왔다”며 “목숨이라도 성한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안동=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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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산불이 꺼져도 한동안 고통이 계속될 것 같아요.”
28일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의 산불 이재민 대피소. KF94(보건용) 마스크를 쓴 김무한 씨(69)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김 씨 부부는 이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자욱한 연기와 탄내 탓에 대피소로 돌아왔다. 주불이 진화됐단 소식을 들은 후 김 씨 부부는 “이젠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21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산불로 경북 전역에 퍼진 ‘산불발(發)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급증했다. 8일 만에 주불이 꺼졌지만, 연기와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장시간 연기를 맡은 주민들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지원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산불에 담긴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
산불 연기를 연일 맡은 이재민들은 “가슴 통증과 두통 등이 수일째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만난 이기원 씨(66)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후유증이 있다”며 “밖으로만 나가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목도 매캐해지고 머리가 아주 아프다”고 말했다. 영덕군 지품면 주민 권모 씨(80)도 “목이 계속 칼칼하고 목에 가시 같은 게 걸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연신 기침을 했다.
특히 산불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로 천식을 유발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도 들어 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 연기 속 유해물질에 노출돼 질식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므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먼 마을까지 확산된 연기… “마스크 꼭 써야”
산불 연기는 산불이 발생한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산불이 나지 않은 마을이나 먼 도시까지 확산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거주하는 김은희 씨(54)는 “화재 피해가 심한 석보면과는 2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 동네 전체가 연기로 뿌옇게 덮여 있는 상태”라며 “집 안에만 있어도 탄내가 너무 심하게 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산불로 인한 극초미세먼지(PM 1.0)는 주거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발생 후 강릉 시내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극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5.7μg으로 산불 발생 직전보다 50% 높았으며 ㎥당 최대 234.5μg까지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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