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의 순간' 표지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1991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이 갑자기 무너졌다. 전 세계가 경악했고,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했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진영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 출신인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런던정경대학교 교수는 최근 출간한 '소련 붕괴의 순간'(위즈덤하우스)에서 소련의 붕괴는 복잡한 내부 모순과 우연적 사건들이 얽힌 '정치적 사고'였다고 말한다.
책은 소련 공산당의 마지막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제국의 몰락을 재구성한다. 저자는 고르바초프를 확고한 이념적 신념과 개혁에 대한 열망을 지닌 지도자였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외교 성과에 비해 내치에서 보인 무능함이 그를 실패한 개혁가로 남게 했다고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고르바초프의 '이데올로기적 열성'과 '정치적 소심함'이라는 이중성이 소련의 붕괴를 불러왔다고 결론 내린다.
여기에 계획경제의 구조적 결함, 장기적인 재정 위기, 민족주의와 종족 간 갈등까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거대한 제국이 거짓말처럼 무너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련 내부의 복잡한 민족 문제도 붕괴를 촉진했다. 다양한 민족과 종족이 뒤섞인 제국의 구조 속에서, 민족주의는 억눌린 감정으로 잠재돼 있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개혁과 개방이 순식간에 그 봉인을 풀었고, 독립을 원하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연방 곳곳에서 퍼졌다.
그는 느닷없는 소련의 붕괴가 러시아를 다시 제국주의의 망령으로 치닫게 했다고도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과의 대립 구도, 내부 통제 강화 등 현재의 러시아는 소련 말기의 권위주의적 퇴행과 너무도 닮았다. 특히 2014년 푸틴이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무관심 속에서 다시 제국의 망령을 좇는 길로 들어섰다고 경고한다.
최파일 옮김. 752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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