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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 (목)

88% '부모 직접 돌봄에 부담' 느끼면서도, 77% '요양시설 이용에 죄책감'[여론 속의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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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때 ‘가족에 짐 될까 봐 두렵다’ 84%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며 돌봄’ 선호 42%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87%는 평소 초고령사회 진입을 체감한다고 응답했다.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달리3(Dall-3)를 활용해 집에서 요양보호사의 돌봄서비스를 받는 노인의 이미지를 생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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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연금, 의료, 돌봄 체계 전반에 중대한 도전 과제를 야기하고 있다. 고령층 돌봄 문제가 개인과 가족 부담을 넘어, 국가·지역사회에서 적극 대응해야 하는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2026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초고령시대에 진입한 지금, 우리 국민은 돌봄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현재 돌봄 정책과 제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재)돌봄과 미래'와 함께 지난 2월 7일~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초고령사회와 돌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87%는 평소 초고령사회 진입을 체감한다고 응답했다. 나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응답은 74%에 달하며, 20대(89%)와 30대(87%)에서 부정적일 것이라는 응답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초고령사회 진입 인지도․체감도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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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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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0명 중 8명(76%)은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않다’고 응답했다. 초고령사회로 인해 우려되는 문제로는 ‘돌봄·간병 부담 증가’가 74%로 가장 높으며, ‘의료비 증가(71%)’, ‘노인 빈곤 증가(71%)’도 70%를 상회한다. 3명 중 2명은 ‘연금 재정 악화(65%)’, '고독사 증가(65%)'를, 과반 이상은 ‘노인 우울 및 사회적 고립(60%)’, ‘경제 성장 둔화(57%)’를 우려한다. 특히 ‘돌봄·간병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는 응답은 모든 연령대에서 70% 이상으로 높다. 돌봄 부담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노령층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시사한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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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은 돌봄 당사자뿐 아니라 돌봄 제공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모 돌봄에 대해 응답자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며, 특히 돌봄을 전적으로 담당해야 할 경우 다양한 어려움을 우려하고 있다.

부모를 직접 돌봐야 하는 상황에 대해 88%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부모 돌봄 시 어려움에 대해선 ‘하던 일을 그만둬야 할까 봐 걱정된다’는 응답이 80%로 가장 높고, ‘우울감 및 스트레스(75%)’, ‘가족 갈등(70%)’도 70% 이상으로 높다. 그 외 ‘여가 시간 부족(58%)’, ‘건강 악화(52%)’는 과반 이상이며, ‘사회적 관계 단절’은 48%이다. 이는 돌봄이 돌봄 제공자 개인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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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돌봄 시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선 ‘내가 돌봐야 하는데 못한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낄 것 같다’는 응답이 77%에 이르지만, ‘나보다 전문인력이나 시설에 맡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는 응답도 77%로 높다. 이는 돌봄에 대한 책임감과 현실적 어려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돌봄으로 가족이 경제활동이나 일상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시설을 이용한 돌봄이 더 나은 선택이다’라는 응답도 79%로, 요양시설 이용을 가족 전체의 삶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식하는 응답이 높다. 뿐만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부모님을 자주 못 볼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낄 것 같다’는 응답이 77%로 요양시설 이용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부모와의 관계 유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호하는 부모 돌봄 형태로는 ‘집에서 모시면서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재가 돌봄’이 48%로 가장 높다. 돌봄 제공자들도 익숙한 환경에서 부모님을 직접 돌보면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방식을 가장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요양시설’은 28%, ‘가족돌봄’은 15%로 요양시설을 선호하는 응답이 높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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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들은 본인 스스로 노인이 됐을 때의 돌봄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74%는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는 미래에 대해 걱정한 적이 있다고, 84%는 자신이 가족에게 짐이 될까 봐 두렵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3명 중 2명(65%)은 ‘노년에 거동이 불편하여 돌봄이 필요할 경우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본인 돌봄 필요시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으로부터 돌봄을 받을 것 같다‘는 응답이 47%로 가장 높은 반면, ‘돌봐줄 사람이 없을 것 같다’와 ‘배우자나 자녀가 돌봐줄 것이다’는 각각 20%에 불과하다. 이런 결과는 노후 돌봄을 가족에게 기대하기 어려워진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국가 차원의 사회적 돌봄 시스템 강화가 더욱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응답자들은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이 본인을 돌볼 경우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할까 봐(91%)’, ‘가족이 자신 때문에 경제활동이나 일상생활을 못하게 될까 봐(90%)’, ‘가족의 건강이 나빠질까 봐(86%)’, ‘나와 가족과의 관계가 나빠질까 봐(84%)’, ‘가족 간 관계가 나빠질까 봐(84%)’ 등 가족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우려를 느끼고 있다.

노년 돌봄 필요시 선호하는 거주 방식으로는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응답이 42%로 가장 높으며, ‘요양원 등 노인요양시설(28%)’, ‘민간 실버타운(19%)’ 등 거주지 외 시설 희망 응답도 47%이다. 반면 ‘자녀나 친지 거주지’라는 응답은 6%에 불과하다. 선호 돌봄 방식에 대해선 ‘요양보호사 등 전문인력이 주로 돌보되, 가족이 보조하는 방안’이 43%로 가장 높고, ‘요양시설 입주(30%)’, ‘가족이 주로 돌보되, 요양보호사 등 전문인력이 보조하는 방식(18%)’, ‘전적 가족돌봄(2%)’ 등의 순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살던 집과 같이 익숙한 환경에서 전문인력이 제공하는 돌봄을 가장 선호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양 시설이나 민간 실버타운 등 시설에 대한 수요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며, 수요자가 원하는 다양한 돌봄 방식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들의 79%는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돌봄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78%는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관련해서는 88%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강화해야 할 영역으로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 서비스 확대(57%)’, ‘가족 돌봄 지원 강화(18%)’, ‘돌봄 인력 확충 및 처우 개선(32%)’, ‘공공 노인요양시설 확충(28%)’ 등이 꼽힌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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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 결과는 초고령사회에 대한 높은 우려와 돌봄 부담 증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보여준다. 특히 가족 중심의 돌봄 체계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공적 돌봄 서비스의 역할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통과된 ‘돌봄통합지원법’은 핵심적인 공적 돌봄 체계 구축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돌봄통합지원법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법 시행을 넘어,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가족 부담을 덜고 누구나 안정적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적 돌봄 시스템'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성현정 한국리서치 본부장 송상호 (재)돌봄과 미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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