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납품 지연 책임이 일부 인정된 만큼 향후 대한항공이 관련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대한항공은 소송과 향후 사업 진행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납품 지연 네 탓이야" 갈등 심화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방위사업청은 사단정찰용(UAV) 초도양산 납품 지연과 관련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신규 CI를 적용한 대한항공 보잉 787-10 항공기 이미지. [사진=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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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판부는 전체 계약금액(2540여억원)의 10%에 해당하는 254억원에 대한 지체상금은 면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대한항공도 지난 21일 "소송대리인과 협의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맞항소 사실을 공시했다.
이 사건은 2015년 12월 대한항공이 방위사업청과 군의 공중감시정찰 역할을 수행할 UAV 양산사업 16세트 납품계약을 체결한 것에서 시작됐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약 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사업이다. 1단계 사업은 2018년까지로 2300억원 규모였다. 다만, 설계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공지됐던 규모보다 최종 금액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항공이 규격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납품을 완료한 시점은 2020년 12월이다. 이에 방상청은 대한항공에 지연 책임을 물어 지체상금 2081억원을 요구한 것이다. 지체상금이란 계약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납품이나 공사 등을 완료하지 못했을 때, 지연에 대한 책임을 금전으로 보상하기 위해 수주자가 발주처에 지급하는 벌금 성격의 금액을 말한다.
대한항공은 "확정된 도면을 가지고 양산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방위사업청의 규격 및 형상변경 요구로 계약 이행의 지연을 초래하게 됐다"면서 "당사의 귀책 사유 없는 지연이기 때문에 계약 및 관련 법령상 지체상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방산업계 "대한항공 책임 有…향후 사업 입찰 패널티 가능성"
방산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이번 납품 지연 건을 이유로 향후 사업 입찰에서 패널티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법정 공방에서도 사업 공고에 명시된 일정에 비해 납품 기간이 상당 기간 지연됐다는 점이 유력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심 판결에서도 해당 사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계약에서 지체상금 상한선은 계약 금액의 10%였다. 대한항공은 1심에서 이 10%를 모두 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는데, 이를 두고 '납품 지연에서 대한항공의 책임이 입증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1심에서 지체상금 상한액 수준까지 내야한다는 판결을 받은 것은 납품 지연에 대해 대한항공 측의 책임이 일부 있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수직이착륙 무인기 [사진=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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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한항공의 납품 지연 책임이 일부 있다고 인정된 것이 추후 정부 사업 지원 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산 사업은 신뢰와 평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사업체가 정부와의 계약에서 지체상금을 지급한 이력이 남을 경우, 향후 정부가 발주하는 다른 사업 입찰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다음 달 '블랙호크(UH/HH-60)' 성능개량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맞붙는다. 방산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에서도 대한항공의 지체상금 기록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소송과 입찰 참여는 별개로, 입찰 경쟁에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무인사단기 소송과는 별개로 당사는 UH/HH-60 항공기에 대한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통해 입찰에 참여했다"며 "처음 생산한 이래 현재까지 성능개량과 창정비를 꾸준히 수행하며 전문성을 키워왔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이 대한항공의 향후 사업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지체상금 감면 또는 면제를 목표로 법적 대응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방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방산사업 관련 지체상금을 부과했다는 기록이 남으면 향후 사업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한항공은 소송과 별개로 방사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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