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 인정 116만···5년 새 35.8% ‘껑충’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곧 적자···시설 ‘역부족’
먹거리 찾아 보험사 출사표 속속···변화 촉각
전문가 “요양=공공 인프라 기본 취지 지켜야”
한국은 지난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사회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곧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장기요양 시장 활성화를 위한 민간 보험사의 진출 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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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한국 사회가 초고령화에 접어들며, 안정적인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삶의 말미를 책임지는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장기요양 등급 인정자는 약 30만명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수요를 서비스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종 규제와 제도적 장벽에 막혀 민간 시장의 활성화도 막혀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요양 서비스 양적·질적 강화를 위해 민간 보험사의 참여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상도 늘고, 신청도 늘고…수요 쫓지 못하는 공급
29일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등급을 인정받은 사람(인정자)은 총 116만5030명으로, 1년 전(109만7913명) 대비 6.1% 늘었다. 지난 2020년(85만7984명)과 비교하면 최근 5년 새 35.8% 불어났다. 고령이나 질병, 장애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이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그 증가 속도도 빠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요양을 신청한 이들도 지난해 처음으로 13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의 장기요양기관(시설·재가) 3만1281곳에서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은 67만6019명이다. 하지만 현재 실제 기관에 입소해 있는 장기요양 인정자는 82만5514명에 달한다. 122%가 넘는 수용률로, 이미 정원을 초과했다. 요양시설은 10곳 중 7~8곳이 30인 미만의 소규모 시설이거나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장기요양보험의 재정수지는 내년부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31년에는 누적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경고음도 들린다. 정부 역시 장기요양보험 재정 한계에 직면해 있다.
너도나도 보험사들 문 두드리지만…규제 앞에 ‘멈칫’
이처럼 장기요양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요양 수요 증가는 보험업계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회이자 대응 과제다. 고령층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는 장기요양을 보장 상품 판매에서 나아가 서비스 제공까지 확대할 수 있다.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KB라이프다. 이미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송파·서초·강동 등 수도권에서 장기요양시설을 운영 중이다. 올해 은평, 광교, 강동 등에 신규 3개 지점을 개소할 계획이며, 향후 추가 부지도 검토 중이다. 현재 토지·건물 직접 소유 방식으로 시설을 확장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개선과 연계한 위탁운영 모델로의 전환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접목한 고급형 요양서비스 개발도 병행한다.
하지만 규제 등의 진입 장벽에 산업 규모가 크지 못하고 있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보험사들이 가장 크게 지적하는 장벽은 시설 운영자의 토지·건물 소유 요건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은 사업자가 직접 해당 부지와 건물을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해야 한다.
요양시설은 공공 비용으로 운영되는 사회 인프라인 만큼, 법령상 민간 사업자가 부지를 직접 소유해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가가 높은 수도권에서 시설을 확보하고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다수 보험사들은 요양시장에 대한 기대와 회의 사이에서 ‘준비는 하되, 신중히’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함께 생보업계 ‘빅3’로 불리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역시 장기요양 사업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나 실행 중인 과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규제 완화 기조는 고무적…사업의 공공성 인식 필수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요양사업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금융당국은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험사의 자회사·부수업무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보험사는 자회사를 통해 요양과 건강관리(헬스케어), 장기임대 관련 새로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보험사의 요양시설 건립도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토지 용도 제한 등으로 불가피하게 요양 이외 업무를 하는 경우도 허용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100% 요양시설 운영만 허용해 제한이 많았으나 보다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한국 장기요양 시장의 규모도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장기요양 시장은 약 17조원 규모 수준으로, ‘고령화 선배’인 일본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요양시설 운영비의 60% 이상이 인건비로 구성돼 있어 수익률을 높이려면 결국 돌봄 인력을 줄이거나, 서비스 질을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토지·건물 소유 규제가 완화된다면 리츠와 같이 외부 자산을 임대해 운영하는 경우 임대료가 오르거나 계약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는 결국 입소자의 주거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양시설은 국민이 납부한 장기요양보험료로 운영되는 공공 인프라에 가깝다”면서 “일부 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 요건이나 회계 투명성 등의 운영 지표 기준을 명확히 설정한 ‘조건부 진입’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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