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25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통영국제음악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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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에 만개하기 시작한 봄꽃들이 쉬이 그냥 피어난 게 아니라는 듯, 지난 28일 통영국제음악제의 개막 공연은 어떤 절망에도 내재해 있을 희망의 격동을 노래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가 함께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통해서다. 2019년 만 15세 나이로 윤이상 국제음악 콩쿠르 우승,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거쳐 지난해 그라모폰상·디아파종 황금상 등을 휩쓴 임윤찬은 더 성숙해진 음악 세계를 거침없이 선보였다.
이 작품은 라흐마니노프가 깊은 슬럼프에 시달리다 3년 만에 써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든 곡이다. 앞선 교향곡 1번의 혹평에 좌절한 그는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우울함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1악장 도입부에 반복되는 첫 단조음 여덟 소절은 여리게 시작해 점점 깊고 강해져 바닥 없이 떨어지는 절망감을 보여주고, 이후 폭풍처럼 몰아치다가 또 잦아드는 격정적 선율이 펼쳐진다. 임윤찬은 피아노로 시작하는 첫 음부터 건반을 묵직하게 누르며 슬픔과 희망, 고통과 회복이 교차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오케스트라와의 일사불란한 호흡도 돋보였다. 임윤찬은 클라리넷·플루트 등이 선율을 주도할 땐 연주자를 응시하며 피아노 음량을 조절했고, 더블베이스가 강렬한 저음을 쏟아내는 구간에서도 그에 맞춘 강한 타건으로 합을 만들었다. 오케스트라가 큰 성량을 낼 때도 그것조차 넘어버리는 강한 힘으로 피아노 소리가 묻히지 않게 했다.
한편 TFO와 프랑스 지휘자 파비앵 가벨은 윤이상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도 연주했다. 이번 오케스트라에는 베를린필·빈필·로열콘세르트헤바우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 단원들로 구성된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연합해 연주를 들려줬다. 현악 파트의 웅장함과 관악 파트의 재치 있는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통영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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