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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5 (월)

    언더피프틴으로 향한 질문들 [젠더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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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언더피프틴’ 방송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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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박현정 | 젠더팀장



    엠넷(Mnet)의 ‘프로듀스101’(2016년)을 시작으로 아이돌 데뷔를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는 건 일종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즐기는 것)였다. 1등부터 101등까지 줄 세우기 구도 안에서 국민 프로듀서님이라 호명된 시청자를 향해 교복을 입은 채 “픽 미 업”을 외치는 어린 여성들의 모습은 분명 불편했다. 하지만 실력과 무관하게 데뷔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절박한 서사와 응원하는 출연자의 다음 순위가 궁금해질 무렵, 그 불편함은 이들이 버텨내야만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실쯤으로 여겨졌다.



    프듀 시리즈의 순위 조작이 뒤늦게 드러나고,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면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는 사그라들었다. 외려 묻어둔 불편함이 커져갔다. 에스비에스(SBS)의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2023년 12월~2024년 1월)의 지원 자격은 2011년 이전 출생한 여성이었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10대 초중반 출연자도 상당수였는데 나이와 맞지 않는 성숙한 콘셉트의 무대, 버거운 미션에 내몰려 중압감으로 눈물 흘리는 익숙한 장면이 이어졌다. 탈락 후보를 지목하게 한 뒤 누가 누구를 호명했는지 공개하는 장면에 이르자 더는 지켜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엠비엔(MBN)은 15살 이하만 출연하는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을 방영하려다 아동 성 상품화 비판 등에 휩싸인 끝에 편성을 취소했다. 제작사는 ‘언더피프틴’ 관련 우려에 대해 “예기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고 했다. “아이들이 배움과 성장을 어떤 식으로 얻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10대 시절 데뷔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젊은 아이돌의 삶을 반복해서 목격하고 있다. 응당 버텨내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경쟁과 엄격한 규율, 모욕과 조롱,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한 성적 괴롭힘과 성폭력, 이런 환경을 감시하기보단 중계하는 언론. 비극을 유발한 구조적 문제는 ‘많은 돈을 번 만큼 감내해야 할 어려움’일 뿐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유튜버와 연예인을 꿈꾸는 아동들이 일찌감치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노동은, 종종 배움과 성장을 위한 여정으로 포장된다. 그 길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언더피프틴’으로 향한 부정적인 여론은 ‘이대로 괜찮지 않다’는 사회적 촉구에 다름 아니다.



    이런 요구를 받아안을 법과 제도는 미흡한 형편이다. 아동의 방송 출연이나 매니지먼트 계약은 고용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근로기준법 규율 밖에 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15살 미만 아동이 일하는 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제한하고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공연, 방송 출연 등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해도 제재가 미미하고 생방송이 아닌 이상 적발도 쉽지 않다. 국외 활동을 위한 이동 등을 할 땐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이미 익숙해진 영상 장면 중엔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에 비춰 아동인권 침해 사례로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이 2023년 1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아동이 출연한 유튜브, 틱톡, 티브이(TV) 영상 1038건을 모니터링한 결과 206건(19.8%)에서 인권보호 필요성이 나타났다. 이름·학교, 에스엔에스(SNS) 계정 같은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과도한 먹방(먹는 방송)을 하게 하며 우는데도 달래주지 않고 일부러 겁을 주는 등의 경우다.



    국회도서관 자료를 보면, 프랑스에선 16살 미만 아동의 영상·사진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해당 콘텐츠 계정 관리·운영자(고용주, 부모, 보호자 및 후견인 등)가 관할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동이 어떤 환경에 놓이는지 검토·심사가 이뤄진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향한 아동이 안녕한지 살피는 일을 당사자와 부모, 업계에만 맡길 수 없다는 의미다.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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