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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서글퍼서 아름다운 길위의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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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 눈물처럼 툭툭 지는 꽃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아름답다기보다는 애잔한 마음이 앞선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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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실려 온 붉은 동백꽃은 피어 있을 때보다 땅에 떨어질 때 더욱 눈길이 간다. 하지만 "눈물처럼 툭툭 지는 꽃"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아름다움'보단 '애잔함'이 앞선다. 동백꽃은 사뿐히 내려앉는 다른 꽃들과 달리 '툭툭' 둔탁한 소리를 내며 죽음을 서러워하듯 떨어진다. 인적이 드문 산책길을 걷다 동백이 마지막 숨을 토해내는 소리를 들으면 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아름다운 슬픔을 느낀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 눈물처럼 툭툭 지는 꽃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아름답다기보다는 애잔한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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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남쪽에서부터 들려오는 꽃 소식에 전국이 축제 분위기로 들떴겠지만, 올해는 안동을 비롯한 남부 지역의 산불과 이상 한파로 꽃들의 개화가 늦어지면서 축제들이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만개한 부산의 동백은 서서히 땅으로 떨어져 서글픈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알았을까. 동백꽃은 언제부터인가 제주 4·3 희생자를 기리는 상징의 꽃이 되었다. 매년 4·3 기념식에 참석하는 이들은 동백꽃 배지를 가슴에 달고 그들의 억울한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한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 눈물처럼 툭툭 지는 꽃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아름답다기보다는 애잔한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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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국회의장이 의원 배지 대신 달았던 동백꽃 배지를 두고 일부에서 '공산당 배지'라며 문제를 삼았다. 이념의 차이때문에 동백꽃마저 편가르기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주변에 동백나무가 있다면 가지에 매달린 꽃보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주의깊게 바라보자. 나무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오히려 더욱 붉은 빛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번 주에는 제주 4·3 기념식이 열린다. 올해도 억울하게 스러져간 영혼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우리는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붉은 동백꽃을 닮은 그들의 넋이 우리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붉은 동백꽃을 보고 있으면 눈물처럼 툭툭 지는 꽃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아름답다기보다는 애잔한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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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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