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오른쪽 네번째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2025.03.25. /사진=김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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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발언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가볍게 시작하는 듯 보였다.
미국 행정부는 처음에 불법 이민과 펜타닐 유입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불법 이민과 펜타닐 유입을 막으려는 조치를 취하자 관세 부과를 한달간 유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엔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를 부과했고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도 관세를 매기는 한편 전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다. 관세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 전망에 기대 인플레이션은 뛰고 경제적 불확실성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미국 증시는 지난 2월 중순부터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와 증시에 울리는 경고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관세 부과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간에 끝날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관세 전쟁을 밀어붙여 얻으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 공약인 감세를 추진하기 위한 세수 확보책이라는 분석이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관세로 매년 6000억달러, 향후 10년간 6조달러의 세수가 걷힐 것"이라며 "이 의미는 관세가 곧 (미국인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의 감면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미국의 부담을 전세계 나머지 국가에 일정 부분씩 분담시키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인 라나 포루하는 지난달 31일 '트럼프 관세의 현실 정치'란 제목의 글에서 "관세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숫자는 오직 세가지"라며 "미국이 다른 국가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은 3%인 반면 유럽은 5%, 중국은 10%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미국인들에게 기본적으로 불공정하게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간 주요한 인플레이션 압력이나 시장 붕괴 없이 이 평균 관세율들을 비슷하게 맞춘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성공으로 비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가장 치명적인 지정학적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관세라는 분석이다.
FT의 포루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만큼 중요한 것이 미국의 안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과 기술, 에너지, 전략적 광물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분리를 추구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중국과 독립된 생산 및 소비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넷째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면서 달러 약세가 가능한 새로운 통화 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관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이해하는 열쇠로 통하는 이른바 '마이런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마이런 보고서는 스티븐 마이런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투자자문사 허드슨베이 캐피털의 매크로 전략 담당자 시절에 작성한 것이다.
마이런은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로 인해 저렴한 자금 조달 비용과 글로벌 경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누리게 됐지만 동시에 달러 고평가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저하돼 제조업 약화와 경상수지 적자의 부담을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탈출을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고 보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대표적인 방법이 세계 각국이 외환보유고로 확보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무이자 100년 만기 국채나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교환하는 것이다. 이는 무상으로 돈을 빌려 쓰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마이런은 동맹국들이 이를 수용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협상 도구로 관세와 군사 지원을 제시했다. 관세 감면과 미국의 안보 우산 제공을 조건으로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면서 만성적인 고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통화 시스템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해 독립적인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부활이 필수적이고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달러 약세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이런의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런 보고서의 내용을 실제로 염두에 두고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순수한 경제적인 관점으로는 미국이 현재 전개하고 있는 관세 전쟁을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FT의 포루하가 지적했듯이 "미국의 현재 관세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고 있는 현실 정치"적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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