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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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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납북 어부 사건’ 법원 화해 권고에도…정부, 이의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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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이 지난 2023년 11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삼거리에서 검찰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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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전 조업 중 북한으로 납치됐다 귀환한 뒤 간첩으로 몰려 처벌을 받은 납북 귀환어부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정부가 불복했다. 피해자 쪽은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대한민국 정부는 납북 귀환어부 김영수(70)씨가 낸 3억51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내려진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춘천지법 속초지원 민사부(재판장 김종헌)는 “대한민국이 김씨에게 1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는 형평성을 이유로 배상 금액이 청구 금액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던 기존 납북 귀환 어부 배상 사건과 달리, 피해자들의 피해를 폭넓게 인정하는 전향적인 결정이었다. 재판부는 “피고(대한민국)는 김씨가 1971년 8월경 고의로 월선하지 않았음에도 김씨를 반공법, 국가보안법, 수산업법 위반으로 공소 제기했고, 그로 인해 김씨와 그 가족의 명예가 훼손되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도 결정문에 담았다.



화해 권고 결정은 양쪽이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양쪽이 이를 받아들이면 정식 재판 없이 피해가 인정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이 법원 결정에 불복한 것이다.



김씨는 국가의 가혹행위가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1971년 강원도 속초에서 조업 중 납북된 뒤, 1년여간 북한에 억류돼 조사를 받고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귀환 이후 김씨는 수사기관으로부터 각종 가혹행위 등 위법한 수사를 받았고,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김씨와 그 가족은 이후로도 지속적인 사찰을 당하는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었다. 50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에 손해배상을 제기했지만 국가는 그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다른 과거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납북어부 사건에서도 정부는 무조건적인 항소·상고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2일 한겨레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는데 국가는 사과가 아닌 이의제기로 응답을 해왔다”며 “국가가 얼마나 이 사건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국가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법률가이기 이전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이 아픔과 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봤다면 이의제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화해 권고 결정 이후로 다른 많은 피해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항소를 진행 중인 피해자나, 앞으로 소송을 진행하게 될 많은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국가가 받아들이기를 바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은 이날 한겨레에 “화해권고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국가의 2차 가해”라며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의 사과를 권고했지만 사과는커녕 피해 회복도 가로막고 있음에 분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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