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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목)

“우크라·가자 등 식량 지원 급한데 자금은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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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세계식량계획(WFP) 식량 지원 현장을 방문한 코린 플라이셔 본부장. 세계식량계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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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인 500만명과 가자 200만명, 시리아 30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위기는 세계적 연대가 필요한 데도, 우리는 이 지역 지원에 필요한 자원 40%도 확보하지 못했다.”



1일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코린 플라이셔(61) 세계식량계획 중동·북아프리카·동유럽 본부장은 유럽과 중동의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1999년부터 세계식량계획에서 일하는 그는 4년 전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2023년 가자전쟁까지 두 개의 전쟁을 겪으며 많은 생명이 식량 문제로 위기에 놓인 현장을 목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식품 가격이 25%가량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도 러시아와의 충돌이 지속돼 지난 6개월 동안 세계식량계획 차량 등이 20번이나 공격을 받았다.”



‘유럽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가 전장이 되면서, 세계식량계획의 밀 조달 계획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라이셔 본부장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식량 생산은 한동안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흑해 항구가 폐쇄되면서 국제 밀 가격이 28% 급등하기도 했다. 지뢰 등으로 토지의 상당 부분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2023년 10월7일 발발한 가자전쟁 역시 지난 두달의 짧은 휴전을 뒤로하고 다시 이스라엘의 공습 재개로 전쟁터가 됐다. 플라이셔 본부장은 “3월 초부터 가자지구 접경이 폐쇄되면서 힘들게 늘려온 인도적 지원과 거래가 중단됐다. 밀가루, 설탕, 야채와 같은 필수 식량 가격이 접경 폐쇄 이후 200% 이상 올랐다. 연료 부족으로 상점 운영도 어렵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영양실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세계식량계획(WFP) 식량 지원 현장을 방문한 코린 플라이셔 본부장. 세계식량계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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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샤르 아사드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과도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리아와, 시리아를 떠난 난민이 향한 레바논 등에서 약 160만명 이상이 심각한 식량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의 국제구호기금 지원이 끊기면서 관련 단체의 활동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플라이셔 본부장은 “(미국 쪽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려 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식량계획이 자금 부족으로 방글라데시 난민촌 등에 사는 미얀마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위한 식량배급량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지난달 6일 보도했다.



플라이셔 본부장도 애초 한국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예산 문제로 포기했단다. 그는 “(세계식량계획의 활동) 자금원을 다양화하고 지역 협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유엔 기구인 세계식량계획은 1961년 설립됐다. 한국은 2024년 기준으로 세계식량계획의 5대 주요 공여국이다.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동유럽 지역에 약 4890만달러(717억4700만원)를 공여했다. 지난해 한국 공여액의 31%는 예멘과 시리아를 위한 쌀 지원에 쓰였고, 64%는 요르단, 레바논, 몰도바, 팔레스타인, 시리아의 긴급 구호 지원, 5%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이집트 회복력 강화 사업을 위한 지원이었다.



“세계식량계획의 차별점은 현장에서의 존재감, 물류 전문성, 긴급한 상황에서의 적응력이다. 개인이 직접 식량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지역 경제를 돕고 인도적 대응의 선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전쟁을 겪은 지역은 시설 파괴, 생계 수단 상실, 급등하는 식량 가격으로 삶의 붕괴를 경험한다. 우리는 가장 취약한 이들이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필수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플라이셔 본부장은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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