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형사항소 6-1부(재판장 곽형섭)는 3일 오후 오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사건 항소심을 마무리하는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연극계에서 50년을 활동한 원로로, 연극계에 발을 들인 꿈나무에게 성추행을 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가 연극계에 입지나 인맥이 없어 피해사실을 말하지 못할 걸 알고 청춘에 대한 갈망을 삐뚤어진 방식으로 옳지 못하게 표현했다”며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허위라고 주장하는 등 지금까지 반성의 태도가 없어 ‘개전(改悛)의 정’(피고인이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을 뜻하는 말)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용서 받지도 못하고, 피해자가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는 피고인에 대해 중한 형을 선고해달라”고도 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의 직접 증거는 사실상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데 일관성이 없고, 객관적 사실관계와 진술과도 배치돼 신빙성이 없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80년을 살아오면서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고, 연극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연극활동만 해온 분”이라며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모든 걸 잃어버렸지만, 명예라도 회복해 무대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오징어 게임' 6화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우리 깐부부터 맺자"고 말하는 오일남(오영수). /넷플릭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오씨는 최후 변론이 이어지는 20여분 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이따금씩 눈썹을 들썩거리기도 했다.
오씨는 최후진술을 위해 피고인석에서 힘겹게 일어나, “이 나이에 이렇게 법정에 서게 돼 부끄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씨는 “당시 저의 잘못이 있다면 그 대가를 받겠으나, 추행이라고 생각할 만한 일은 없었다고 믿는다”며 “고소인과 함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신체접촉은 물론이고 아무 일도 없었다. 고소인과의 짧은 인연 동안 저의 부족한 언행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80년을 지켜온 인생이 가치 없이 무너졌다”며 “허무하고 견디기가 힘들다. 제 자리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씨는 지난 2017년 여름 연극 공연을 위해 대구에 머물던 때 한 산책로에서 A씨를 껴안고, A씨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하는 등 두 차례 강제 추행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오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작년 3월 1심 법원은 오씨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오씨 측은 이에 불복해 각각 항소했다.
오씨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해 ‘깐부 할아버지’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지난 2022년 1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TV 부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오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KBS는 방송출연규제심사위원회를 열고, 작년 5월 13일자로 오씨에 대해 ‘출연 정지’ 결정을 내렸다.
[수원=김수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