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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목)

[사설] 관세 폭탄 현실화, 동시다발 위기에 포위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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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상호 관세 관련 연설을 한 뒤 행정명령서에 서명한뒤 들어보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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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결국 2일 상호 관세 폭탄을 발표했다. 한국에는 26%다. 한미 FTA는 일순간에 무력화됐고 그동안 자유무역 질서에 기반한 세계 경제도 대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교역 상대국의 관세 외에 검역·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을 종합 분석해서 상호 관세를 정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이 미국에 50%에 상당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미국은 반대 급부로 25%를 부과한다고 했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양국 간 관세는 사실상 0%에 가깝다. 알고 보니 한국의 대미 수출액(1315억달러) 대비 흑자액(660억달러) 비율이 50%이고, 이를 반으로 나눈 상호 관세 25%를 적용했다. 심지어 발표 때 25%라고 해놓고 이후 공개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라고 적시돼 있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역사적 전례를 들어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궁극에는 미국의 물가 상승과 소비력 하락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동차 관세 25%만으로도 미국 가구당 가처분 소득이 연 492~615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2027년 세계 GDP는 7600억달러(약 110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미국의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힘을 휘두르는데 막을 사람이 없다. 세계 최대 시장이었던 미국은 자국 시장을 활짝 열었고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가격 경쟁을 벌여 그 혜택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런 경쟁 체제에서 근로 의욕은 쇠퇴하고 임금은 비싼 미국의 제조업이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는 이 근본적인 미국의 문제를 외면하고 순전히 외국의 ‘악의적 무역’ 때문이라고 강변해왔다. 트럼프는 미국 시장에서 물건 팔고 싶다면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지어 팔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의 근로 의식과 임금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미봉책에 그칠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한국 경제에 가져올 파장은 단지 대미 수출이 타격받는 정도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새로운 생산 기지로 옮겨간 베트남(46%), 미얀마(44%), 방글라데시(37%), 인도네시아(32%) 등도 높은 관세를 물게 돼 이들 국가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기도 어려워졌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이 ‘밀어내기’로 세계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국내 중소기업의 타격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과의 안보 경제 관계로 볼 때 우리가 유럽처럼 당장 보복 카드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즉각 보복은 자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선과세, 후협상’을 할 것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미국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한 몸으로 뭉쳐 길을 찾아야 한다.

오늘 있을 헌재 선고로 정치와 사회는 심각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국민 사이의 대립과 국론 양분은 위험 수위에 있다. 이 상황에서 나라의 생명선과도 같은 무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꺼번에 터지는 각종 위기에 포위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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