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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영국과 미국은 화이자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mRNA 코로나 백신에 대해 사용 승인을 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지 11개월 만이었다. 신종 감염병 백신을 이렇게 빨리 개발한 것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 mRNA 백신 개발자들은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인류는 지금까지 mRNA 백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랐다. 정확한 원리를 모른다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불신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사진)이 세계 최초로 이 수수께끼를 풀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이 mRNA 백신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4일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에 온라인 게재됐다.
김 단장은 RNA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미 20여 년 전 몸 안에서 m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그려 치료제 개발에 기여했다. 그리고 이번 연구로 백신, 항암, 줄기세포 치료 등 다양한 mRNA 치료제를 개발할 단초가 마련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우리 몸속에 있던 면역세포가 mRNA 백신을 '침입자'로 간주해 공격하면 백신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N1-메틸수도유리딘'이라는 특정 분자를 넣어주면 기존 면역세포의 공격(자체면역)을 피하고 목표로 한 바이러스 단백질(항원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어떻게 자체면역을 피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김 단장이 밝혀낸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mRNA 백신이 몸속에 들어가는 원리, 들어간 mRNA 백신이 몸속에서 살아남는 원리다. mRNA 백신이 몸속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세포막 표면에 있는 '황산 헤파란'이라는 단백질 덕분이다. 세포 안으로 들어간 백신은 소포체로 감싸진다. 소포체는 세포 안에서 물질을 수송하는 얇은 막이다. 세포 안에 있던 양성자 이온들이 소포체 안으로 들어가 소포체 내부를 산성화시키면 소포체가 터지면서 안에 있던 mRNA가 세포로 빠져나온다. 이제 mRNA를 이용해 질병의 원인 물질을 합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세포 안에는 mRNA를 방해하는 단백질도 있다. 'TRIM25'라는 단백질은 외부에서 온 mRNA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제거한다. 김 단장은 이 단백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밝혀냈다. 개발한 노벨상 수상자조차 몰랐지만, 김 단장은 TRIM25가 N1-메틸수도유리딘 분자에는 달라붙지 못해 mRNA를 파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앞으로 mRNA 치료제를 본격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어떤 단백질이 백신 효능을 높이고 낮추는지 알아냈기 때문에 그 단백질들만 조절하거나 회피하면 백신의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mRNA 백신
백신은 '질병의 원인 물질'을 미리 몸속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기존 백신은 병의 원인 물질을 찾아내고 정제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mRNA 백신은 이런 과정 없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몸 안에 넣어 체내에서 원인 물질이 생성되도록 만든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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