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상보다 높게 맞아...리더십 공백도 영향"
미국과 협상에서 무조건적 양보는 경계해
청중 200명 경청...상호관세 높은 관심 보여
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미 상호관세와 통상정책 향방' 세미나에 200여 명의 청중들이 참석해 경청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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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탄핵됐지만 조기 대선 및 새 정부 구성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국면은 발등에 떨어진 현안인 만큼 대행 체제로 유지 중인 현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미국 측이 대(對)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에 높은 비율의 관세를 내게 하면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민관이 힘을 모아 수치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녔는지 강조해 미국 측으로부터 플러스 알파를 얻어내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높은 한국 관세율... 리더십 공백도 영향"
3일 통상 전문가들이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미 상호관세와 통상정책 향방'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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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미국 상호관세 부과 관련 통상 전문가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호관세율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0%인 데다가 최근 발표된 미국무역대표부(USTR) 보고서에서도 비관세 장벽이 예년 수준으로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자 폭이 큰 순으로 거칠게 관세율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FTA 폐기를 선언했던 트럼프 1기 때처럼) 먼저 강하게 때리고 협상을 통해 관세율 인하를 마치 선물처럼 주는 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적 리더십 공백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장관급부터 실무급까지 릴레이 면담을 하면서 한미 FTA로 관세율이 0%대에 가깝다고 설명했지만 대통령이 부재 상태인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긴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워싱턴DC에서 활약 중인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지금 워싱턴의 결정 구조는 톱다운(Top-down)"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정상급으로) 협상과 결정을 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승리를 선언하는 방식을 쓰는데 우리로서는 할 수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양보할 건 하고, 챙길 건 챙겨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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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협상 준비에 들어간 정부를 향해서는 무작정 양보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관세율을 낮추려고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한국의 산업적·지정학적 가치를 앞세워 협상한다면 관세 인하 말고도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게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조선·액화천연가스(LNG)·태양광 등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홀로 나가기 어려운 분야에서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적극 제안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면 우리 측도 관세 인하와 함께 한국인 전용 비자, 반도체 관련 보조금 등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관 합동 미 관세 조치 대책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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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에는 상호관세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증명하듯 200명 가까이 참석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화면을 통해 나오는 자료는 너나 할 것 없이 휴대폰을 들어 찍어댔고, 노트북과 종이에 필요한 부분들을 적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미나를 마친 뒤에도 전문가들에게 질문하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는데 실제 수출 기업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기업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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