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책임 벗어나려 법적 수단 총동원
서류 수취 거부 등 재판 지연 시작으로
법정서도 사죄 없이 '내란 프레임' 꺼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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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으로 '헌정질서 수호' 약속을 저버린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사법 질서를 무시하다가 결국 '파면 부메랑'을 맞았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서류 수취 거부를 시작으로 수사기관 불출석, 강제구인 방해 등 시종일관 비협조와 딴지로 일관했고 밖으로는 "경고용 계엄"을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결과는 파면으로 돌아왔지만 지지자들을 의식한 윤 전 대통령의 '저항'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사 단계마다 불응, 지지자 자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1월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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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탄핵심판 초반부터 관련 서류 수취를 거부하며 시간을 끌었다. 탄핵안 접수 직후 헌재는 인편, 우편, 전자문서 시스템 등 여러 통로로 서류를 보냈지만 '수취인 부재' 등의 이유로 반송됐다. 심판 지연 우려가 나오자 헌재는 결국 발송송달(서류가 우체국에 접수되거나 수신 장소에 도착했을 때 송달된 것으로 보는 것)로 처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가 요구한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등 자료 제출을 미루고 1차 변론준비기일인 12월 27일 오전에서야 대리인을 선임했다.
국회 탄핵소추단이 1월 3일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내란죄 항목을 탄핵안 사유에서 뺀 것을 두고는 "소추권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헌재는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판례에 따라 "소추 사유를 어떤 연관 관계에서 법적으로 고려할지는 전적으로 재판부 판단사항"이라고 설명했지만,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내란죄를 빼면 탄핵이 불성립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문제 삼아 공수처의 출석 요구를 여러 번 거절했다. 경찰과 공수처가 강제구인에 나서자 경호처 직원들로 '인간 벽'을 쌓아 체포를 피했고, 경찰 기동대 3,000여 명이 동원된 뒤에야 마지못해 응했다.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불법 체포"라고 반발하며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자극받은 일부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초유의 폭력 사태까지 벌였다.
탄핵심판 출석해서도 "정당 계엄" 주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인 배보윤(왼쪽부터), 차기환, 조대현, 김계리, 배진한, 정상명 변호사가 1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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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은 8차례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해서도 '계엄은 정당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야당의 줄탄핵, 예산 삭감, 부정선거 의혹 규명 등을 위해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궤변을 되풀이했다. "비상계엄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경고용 계엄' 주장까지 내놨다. 윤 전 대통령은 최후변론에서도 사죄는커녕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이 (계엄에 따른) 트라우마를 악용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다수의 군 지휘부가 인정한 '국회 봉쇄' '주요 인사 체포' 지시에 대해서도 '내란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공작으로 일축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들었다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에 대해선 "인원이란 말을 써본 적 없다"고 했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받았다는 "싹 다 잡아들여" 지시는 "탄핵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증인들이 실제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 말하기도 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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