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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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국내 중고폰 거래가 연간 1000만건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중고폰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자, 삼성전자도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들어 판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신형 스마트폰을 살 때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해온 통신사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내심 반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되면 신형 스마트폰 소비가 줄고, 고가요금제 가입 마케팅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폰 거래 수는 늘어난 반면, 신규 스마트폰 출하량은 감소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폰 거래 수는 약 900만건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2021년(682만대)과 비교하면 32%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연간 중고폰 거래가 곧 1000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판매점에 들어가는 신규 스마트폰 출하량은 줄고 있습니다. 2021년 1689만대였던 신규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에는 1253만대까지 감소했습니다.
중고폰 인기 상승에 업황도 달라졌습니다. 당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중소 기업들이 주도해온 중고폰 시장에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겁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31일 갤럭시 인증 중고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한 갤럭시S24 스마트폰을 회수해 새 제품 가격 대비 최고 64만원을 인하해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품 제품을 일괄 폐기했던 삼성전자의 기존 방침을 바꾸고 반품 제품의 중고폰 판매를 선언한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통신사들은 내심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통신사들이 폰을 바꾸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10만원 이상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높은 액수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해 왔습니다. 통신사는 중고폰을 구매해 개통을 요청하는 고객에게는 공시지원금 제공이 불가능하고, 25%의 요금할인만 지원이 가능합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중고폰은 일종의 자급제 폰으로 봐야 한다. 중고폰 시장이 커지면 자급제 폰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일어난다”면서 “중고폰 가입자가 늘수록 통신사들 입장에선 고가요금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지고 실적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중고폰 시장이 갈수록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폰플레이션 심화와 최근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저렴한 중고폰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질 것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부과한 고율의 상호 관세 여파로 신형 스마트폰의 가격이 인상될 수 있어, 향후 중고폰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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