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월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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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승복은커녕 지지층 결집 메시지만 이어가고 있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으로 국민을 위협하고 나라를 위기에 몰아넣고도 지금껏 사과 한마디 없다. 국민의 신임을 배반해 파면됐는데도 사실상 불복을 선동하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6일 자신을 지지해온 탄핵 반대 단체인 ‘국민변호인단’을 향해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추어올렸다. 그는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치하했고,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면서 사실상 이들의 ‘투쟁’에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두번째 입장문으로, 4일 낸 첫 입장문에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힌 바 있다. 탄핵 심판 이후 두차례의 메시지가 모두 전체 국민이 아닌 오로지 ‘보위 세력’에 대한 감사 인사로만 채워졌을 뿐, 승복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죄송하다’는 말도, ‘내란사태’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헌재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지만 이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오로지 지지층을 선동해 자신의 안위만 챙기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이런 인물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국민으로서 수치스럽다.
게다가 그는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되었는데도 서울 한남동 관저를 ‘무단점거’한 채 여당 인사 등을 만나며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파면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데 이어, 다음날엔 나경원 의원을 불러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를 비판하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못박았다. 임기 내내 갈라치기 정치로 일관하던 그는 결국 국회를 봉쇄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자멸의 길을 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수 극렬 지지층에만 기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후안무치한 행태를 지켜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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