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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인정’ 미얀마 특사 “윤석열 파면 사유 중 가장 인상적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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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나잉툰 주 대한민국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대표부 특사가 현재의 한국 상황과 미얀마 내전 이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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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한국민의 신뢰를 배반했다는 헌법재판소의 선고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7일 인천 부평구에 있는 주 대한민국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대표부 사무실은 방 2개짜리 오피스텔에 마련돼 있었다. 작은 면적이지만 사무실 곳곳에는 아웅산 수치와 국민통합정부를 이끄는 대통령, 총리 등의 사진은 물론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선전물 등이 보관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얀나잉툰 한국대표부 특사는 기자에게 “우리도 4월4일 헌법재판소가 상식 밖의 내용으로 선고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만약 기각이 된다면 우린 정말 갈 곳이 없지 않으냐”라며 웃음지어 보였다. 얀나잉툰 특사는 1988년 8월8일 미얀마에서 있었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한국에서 정치적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인물이다. 국민통합정부 한국대표부는 군부의 쿠데타 이후인 지난 2021년 8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세워졌다.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참여
한국서 정치적 난민 지위 인정받아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직후
민주진영 NUG가 한국대표부 설립
“미얀마 군부는 법정에 못 세웠는데
한국은 법정서 ‘쿠데타 대통령’ 탄핵
민주주의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



얀나잉툰 특사는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민주주의 체제를 통해 박탈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튼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얀나잉툰 특사는 “미얀마는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을 법정에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집회를 펼치다가 결국엔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다”며 “하지만 한국은 법정에서 대통령을 탄핵했다”고 했다. 이어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군부가 아주 약간 양보한 것에 불과했다. 국회에서 재적 의원 75% 이상의 의원이 동의해야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데 상·하원 의석 중 25%는 군부가 가져간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이런 점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말 뿌리가 깊다. 미얀마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얀나잉툰 특사는 헌법재판소의 선고문 중 모든 부분이 인상 깊었다면서도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점’을 파면 사유로 꼽은 부분을 가장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얀나잉툰 특사는 “물론 국회에 병력을 보내는 부분들도 문제가 있지만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배반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선고요지를 통해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합니다”라고 밝혔다. 얀나잉툰 특사는 이어 “계엄령이 내려졌을 때 많은 한국 국민이 국회 앞으로 가서 계엄군을 저지하고, 그 이후에도 추운 겨울 날씨 속에서 밤을 새우면서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것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도 덧붙였다.



내란에 동조하거나 함께한 이들의 처벌에 대해서 얀나잉툰 특사는 “처벌이 복수가 되어서는 안 되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까지 처벌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내란을 함께 기획하거나 일으킨 사람들은 법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미얀마 내전은 지난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을 구금한 것에 시민들이 반대하는 평화 집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이후에도 군부가 양보를 거부하고 시위진압을 고수하자 같은 해 5월5일 미얀마 시민방위군이 창설됐고 9월7일에는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가 군부에 전쟁을 선포하면서 격화됐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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