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 결정문 분석
계엄 선포문에 없던 부정선거 의혹
중앙선관위 침입 사실 알려지자 ‘점검 차원’ 주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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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CCTV 영상 24시간 공개, 개표 과정 수검표 제도 도입 등 조치를 취했다. 정당 참관인의 입회 하에 두 차례 국정원과 합동으로 이행 여부 현장점검을 시행했다. 피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판단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 측의 주장과 달리 중앙선관위는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법원의 검증·감정 절차에 참여했고 서버 점검, CCTV 영상 24시간 공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부정선거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한 셈이다.
탄핵 심판정이 ‘부정선거’ 의혹 제기의 장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유 중 하나였다. 비상계엄 당일 정보사령부, 육군특수전사령부, 국군방첩사령부, 경찰이 중앙선관위 청사 인근으로 출동 지시를 받았다. 정보사 군인들은 야간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출입을 통제했고, 통합선거인명부 시스템 서버 등 전산 시스템을 촬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공개한 12·3 비상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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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최종 진술 중에도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다.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헌재 조목조목 반박
윤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론을 계속 해서 띄우자 국회 측 대리인단 또한 2월 25일 최후 변론에서 ‘작심 비판’ 했다. 이 기회에 부정선거 의혹을 헌재가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국회 측 이광범 변호사는 “다수당인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총선 참패가 부정선거의 결과라는 망상에 빠졌다”며 “망국적 역병인 부정선거 음모론에 철퇴를 가해 민주공화국 기반을 굳건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원재 변호사 또한 “비상계엄 이후 선관위를 공격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확산시킨 행위는 선거제도, 대의제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얼마나 근거 없는지 제대로 판단해 신뢰와 자긍심을 회복시켜 주길 바란다”고 했다.
우선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할 합법적인 제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고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선관위는 선거소송에서 법원의 현장검증에 응했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응해왔다”고 했다.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혹, 서버 점검 요청에 불응해왔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어 “공직선거법은 법령에 의하지 않고 투표함을 열거나 투표를 위조, 수를 증감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며 “의혹에 대해서는 형사 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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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투표지’, ‘접히지 않는 투표지’ 등에 대해서는 이미 규명이 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의혹 중에는 이미 검증·감정을 거쳐 법원의 확정 판결로 의혹이 해소됐다”고 했다. 민경욱 전 국회의원이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선거라며 제기한 무효소송 판결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센터에서 현장검증을 해 선관위 서버와 QR코드 관련 기계장치 등을 확인했다. 또 투표지를 재검표해 사전투표지의 QR코드를 판독, 유효포 수량 등도 검증했다.
또 중앙선관위가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선’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보안 점검 이후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중앙선관위가 2023년 10월, 2023년 11월, 2024년 3월 배포한 보도자료 등을 근거로 들었다. 보안 패치, 취약 패스워드 변경, 통한선거인 명부 DB 서버 접근 통제 강화, 그밖의 주요 취약점 추가 조치 등의 내용이다.
헌재는 “중앙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실시 전에 정보보안 업무 담당자의 PC만 선거 서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으로 보안을 강화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 우편투표함 보관장소 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하고 개표 과정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으며, 정당 참관인의 입회하에 두 차례 국정원과 합동으로 이행 여부 현장점검을 시행했다”고 했다.
중앙선관위 압수·수색은 위헌·위법 못 박아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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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마친 헌재는 윤 대통령이 중앙선관위에 계엄군 투입을 지시한 것은 명백한 위법·위헌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꾸짖었다. 헌재는 “선관위의 선거관리에 대한 부당 간섭이자 선거가 지니는 본래의 민주정치적 기능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자 하는 우리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정선거로 인한 ‘독재’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관위를 헌법기관으로 정하게 된 역사적 맥락도 강조했다. 헌재는 “행정부에 의해 관권선거가 자행된 3·15 부정선거로 대의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위기를 경험했다”며 “헌법적 결단으로 1960년 6월 16일 헌법을 개정, 선거관리사무를 행정부로부터 분리해 독립된 헌법기관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
계엄법에 따라 ‘행정사무’ 차원에서 중앙선관위 점검을 지시했다는 윤 대통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취지는 계엄 목적의 달성에 ‘반도시 필요한 한도 내’에서 해당 기관의 사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개별적·구체적 조치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이유로 전산시스템 점검이 선관위 기능 마비를 방지하거나 유지·회복하기 위해 병력을 동원해 반드시 취해야 할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계엄법을 통한 행정사무는 ‘무소불위’가 아니라, 법의 한도 안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한정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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