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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세쇼크에 세계경제 ‘R’의 공포, 시험대 놓인 트럼피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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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막무가내식 관세전쟁의 후폭풍이 예상했던 것보다 거세다. 상호관세 개시(9일·현지시간)를 목전에 둔 7일 한국의 코스피(-5.57%)를 비롯해 일본 7.8%, 중국 7.3%, 홍콩 13.2%, 대만 9.7% 등 미국 흑자가 많은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맞불 관세를 예고하면서 세계 경제가 파국에 빠질 것이란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블랙먼데이를 맞은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도 온전치 못해 3~4일 이틀간 10% 넘게 빠지며 1경원 가까운 돈이 증발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상호관세 90일 유예라는 ‘가짜 뉴스’와 백악관의 유예 부인 발표에 급등락을 오가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끝에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거래일째 하락했다.

백악관발 관세 일시 유예 뉴스가 떠돈다는 것은 트럼프식 ‘묻지마 관세’에 대한 저항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 학계와 경제계에선 “사상 최악의 자해” “경제적 핵전쟁”이라고 비판한다. 애플 아이폰에 대(對)중국 추가 관세 54%가 적용되면 생산원가가 300달러 늘어나 850달러까지 치솟는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테슬라의 원가도 배터리 등 부품값 급등으로 생산원가가 4000달러가량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세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금리인하와 약달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JP모건이 지난 4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3%에서 -0.3%로 대폭 낮추며 경기침체를 경고한 이유다. 반면 미국의 경제주적인 중국은 전기차, 인공지능(AI), 범용 반도체 등에서 기술굴기를 이루며 때릴수록 강해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도 경제·안보 자강을 외치고 있다.

관세쇼크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다. 영국 애스턴대학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EU로 확전해 전 세계로 확대될 경우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1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미국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 같은 경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수많은 국가가 협상을 애원하고 있다“며 물러설 뜻이 없다. 국가별 양자 협상으로 미국 내 생산과 투자액을 숫자로 보여주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트럼피즘이 시험대에 오른 것은 맞지만 우리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미국 관세는 국난”이라며 정상회담을 서두르는 이유다. 6월 3일까지 두 달간 대선 레이스의 방점은 경제위기 극복에 찍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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