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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트럼프의 '관세 밀당'... 각국 애원에 퇴짜놓고 중국은 본보기 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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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가능성 시사하며 일단 강행 의지
쇄도하는 구애에 “불충분” 핑계·꼬투리
‘맞불’ 中엔 ‘추가 인상·대화 중단’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자신과의 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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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밀당’ 심리전을 걸고 있다. 무역 상대국들과의 상호관세 인하 협상을 앞두고서다. 쇄도하는 구애를 즐기는 듯하면서도 일단 거절부터 해 애를 태운다. 토라져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라고, 중국만 골라 본보기로 매질을 가하기도 한다.

아리송한 속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협상을 위해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에 열려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우리는 통상 분야에서 판을 다시 짤 기회가 있다”며 “우리를 이용했던 많은 국가가 이제 ‘제발 협상해 달라’고 한다”고 부연했다. 당분간은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 나란히 앉아 한 이 말은 잠정적이다. ‘관세가 영구적이냐, 아니면 협상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둘 다 사실일 수 있다”고 아리송하게 답했다. 현재 거의 모든 대미(對美) 교역국에 적용되는 10% 기본관세는 5일 발효된 상태다. 한국 등 대미 무역 흑자가 큰 약 60개 국가 대상 개별 상호관세가 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측근 당국자들 메시지도 엇갈린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라며 “수십 년간 속임수를 써 오다 갑자기 관세를 낮추겠다는 세계 지도자들은 그것(상호관세)이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같은 날 미국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접근해 온 나라가 거의 70개국에 이른다. 바쁜 4, 5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속한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줄 선 나라들


2일 상호관세가 발표된 뒤 하루라도 빨리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 앞다퉈 줄을 서는 모습이다. 발표 전날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모두 폐지하겠다고 선제적으로 선언하고 7일 가장 기민하게 백악관을 찾은 네타냐후 총리가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7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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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도 관세가 발표된 뒤 맨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을 시도한 나라 중 하나였다. 또럼 공산당 서기장이 자국의 대미 관세율을 ‘0’에 가깝게 내리겠다며 협상 의사를 밝혔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로 관세 문제를 협의한 뒤 후속 협상을 위한 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한국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8, 9일 미국을 찾아 대미 협상에 나선다.

유럽연합(EU)도 일단은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실제 (미국에) 상호 무관세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주 확정 예정인 철강 관세 보복 계획도 원래보다 축소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발엔 가혹하게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반응은 일단 퇴짜다. 7일 백악관 회견에서 ‘EU가 미국 공산품 대상 무관세를 제안한 게 충분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관세는 큰 부분이지만 다른 큰 부분이 있고 그것은 (비관세 무역) 장벽”이라고 꼬투리를 잡았다.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그들은 어떤 것도 팔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는 군사 지원이 핑계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관세뿐 아니라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무역 적자도 빨리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불필요하게 존재하는 다양한 무역 장벽 역시 제거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이스라엘 상호관세를 인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은 “어쩌면 아니다”였다. “우리는 매년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이스라엘에 준다”는 게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의회 연설 때 미국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전폭 지원하는데도 한국이 미국에 고율 관세를 물린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논리다.

미국의 상호관세와 같은 수준(34%)의 맞불 관세를 예고한 중국은 반면교사로 활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 이어 회견에서도 보복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위협했다. 미중 관세 회담 추진과 관련한 모든 대화를 중단하겠다는 압박과 함께다. 다른 나라를 단속하기 위해 중국을 표적으로 삼은 셈이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보고 그것을 군에 사용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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