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4 (일)

    박노해가 쓴 12·3 내란 시, 일본 ‘시와 사상’에 실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지난해 12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근 한겨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일어난 12·3 내란과 관련한 박노해 시인의 시 두 편이 일본의 시 전문지에 실린다.



    일본현대시인회 이사장을 지낸 사가와 아키 시인은 24일 한겨레에 “박노해 시인이 지난해 12·3 계엄사태와 관련해 쓴 시 ‘그가 다시 돌아오면’과 ‘저들에겐 총이 우리에겐 빛이’ 등 두 편이 일본 시 전문지 ‘시와 사상’ 5월호에 실린다”고 전했다.



    박 시인이 쓴 두 편의 시에는 12·3 비상계엄날 당시 공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 ‘그가 다시 돌아오면’에서 시인은 “그가 다시 돌아오면/ 계엄의 밤이 도래하겠지/ 번득이는 총구가 우리를 겨누고/ 의인들과 시위대가 ‘수거’ 되겠지/ 광장과 거리엔 피의 강이 흐르고/ 사라진 가족과 친구를 찾는/ 언 비명이 하늘을 뒤덮겠지”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기억을 떠올리듯 12·3 계엄이 성공했다면 “남북이 충돌하고 전쟁이 돌아오겠지/ 자위대가 상륙하고 미군이 연합하고/ 긴 내전과 숙청의 날들이 이어지겠지/ 숨어있던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고…”라고 두려워했다. 아울러 시인은 친위 쿠데타를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버젓이 권좌에 도사린 채/내란을 지속하고 내전을 불지르는 자들/지금, 빛으로 끌어내 처단하지 않는다면/ 지금, 뿌리째 뽑아내 청산하지 않는다면”이라고 적었다.



    또다른 시 ‘저들에겐 총이 우리에겐 빛이’에서 그는 “역사의 악인은 얼굴을 바꾸며/ 교과서 밖으로 걸어 나오지만/ 우리는 지금 살아있는 빛으로/ 승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으니”라며 희망을 말한다.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겨울 광장을 지켜온 시민들의 연대에 대한 고마움도 시를 통해 드러난다. “이 한겨울에 우리 다시 만나니/슬프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눈물과 미소로 너를 바라본다.” 또 그는 “용기 내줘서 고마워/ 살아있는 네가 눈부셔/ 우린 꼭 이겨낼 거야/ 저들에겐 총이/ 우리에겐 빛이”라며 끝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말했다.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이라는 뜻으로 ‘박노해’라는 필명을 써온 시인은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냈다. 독재 정권의 금서 조처에도 100만부 가까이 팔리며 한국 사회와 문단에 충격을 줬다. 1989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가 1991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체포 24일간의 고문 끝에 ‘반국가단체 수괴’ 죄목으로 무기징역에 처했다. 1998년 7년 6개월 만에 석방됐다. 옥중에서 1993년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 1997년 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펴냈다.



    이번 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겨울께 쓰였다. ‘시와 사상’에 실리는 일본어 번역판은 사가와 시인과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공동 번역했다. 김 교수는 한겨레에 “박 시인이 '살아 있는 빛으로' '승리의 역사'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을 했는지 시에서 생생히 읽힌다”고 평가했다. 사가와 시인은 현재 ‘시와 사상’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김 교수와 함께 5·18 광주항쟁 관련 최초의 시선집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문병란·이영진)을 일본어로 공동 번역해 지난해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라는 제목으로 일본에 출간하는 등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겨레에 “일본에도 한국의 민주주의 유지와 발전을 기원하는 시인과 시민들이 많다”고 응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