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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목)

유럽, 미국에 무관세 제안···트럼프 “515조원 에너지 구입하면 생각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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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I(EU) 집행위원장이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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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7일(현지시간)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 관세를 미·EU 간에 철폐하는 ‘상호 무관세 협정’을 미국에 제안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러려면 EU가 3500억달러(약 515조원) 어치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해야 한다며 이를 일축했다. EU는 협상을 우선하면서도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실제로 (미국에) 상호 무관세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19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이를 제안했으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이 상호 무관세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 관세에 대해 “승용차는 EU가 (대미 수출 시) 더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건 사실이지만, 픽업트럭의 경우 미국 관세율이 최대 25%”라며 “대화를 통해 모두 0% 관세율로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자는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현재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한다. EU산 승용차는 미국 수출 시 2.5%의 관세율을 적용받다가 지난 3일 미국의 자동차 관세 발효로 25%포인트 오른 27.5% 세율이 부과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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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시크둥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상호 무관세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며 EU의 제안은 자신의 대EU 상호관세 20% 방침을 철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EU에 3500억달러 무역적자를 갖고 있다”며 “그들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야 하고, 사기로 약속해야 한다”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럽의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역시 CNBC 방송에 출연해 “그런 발표를 할 때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겠다는 점도 밝혀달라는 것”이라며 “당신들(EU)의 19% 부가가치세를 낮추고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을 존중해 우리의 돼지고기, 옥수수, 쇠고기를 유럽에 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부가세는 곧 관세”라고 주장하며 유럽을 공격했고 농식품 부문 각종 수입 규제 철폐도 요구해왔다.

하지만 EU는 부가세에 대해선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부가세는 우리 회원국들을 위한 중요한 수입원”이라며 “부가세 체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협상안을 제안하면서도 파국을 대비해 ‘25% 보복관세’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EU 집행위 문건을 입수해 EU가 미국산 대두·옥수수·쌀·아몬드·오렌지주스·철강·알루미늄 등 광범위한 수입품에 25% 관세를 물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안대로라면 대부분의 관세는 5월16일, 아몬드와 대두에 대한 관세는 12월1일 발효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보복관세 규모는 당초 EU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20%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260억유로(약 42조원)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회원국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했기 때문에 260억유로 규모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보복관세 대상 명단에 있었던 미국산 버번위스키 또한 삭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문제 삼아 모든 EU산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주류 수출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우려를 표했다.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품목과 최종 관세율은 오는 9일 회원국 표결을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EU는 오는 15일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EU는 협상에 열려 있고 그것을 강하게 선호하지만, 우리는 끝없이 기다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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