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대한항공 기장들도 터진 탄핵 갈등…이번 대선은 '진짜' 극과 극? [해시태그]

0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주의 한 호텔에 머물던 대한항공 소속 기장과 부기장이 주먹다짐을 벌였습니다. 이 다툼으로 부상까지 발생하며 정상 운행이 어려운 지경까지 왔는데요. 도대체 두 사람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나 싸웠을까요? 놀랍게도 그 다툼의 원인은 ‘탄핵’ 때문이었습니다.

8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인천발 브리즈번행(호주) 노선을 운항한 기장과 부기장은 호주 호텔에서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소추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는데요. 이들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쌍방 폭행에 이르렀죠. 싸움이 꽤 격했는지 기장은 부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부기장도 부상을 입었습니다.

대한항공은 즉각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두 사람을 면직시켰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기내가 아닌 해외 체류 중이었지만, 많은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이 정치적 감정 대립으로 물리적 충돌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 현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거든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기다 이번 사건이 특히 충격을 준 건, 정치적 양극화가 일터·공간·인간관계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점입니다. 회사에서도, 회식 자리에서도, 심지어 친구 사이에서도 정치 관련 대화는 ‘불편한 대화’를 넘어 ‘위험한 대화’로 번져가고 있다는 건데요. 공공의 공간에서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적대와 혐오, 단절과 거리감이 튀어나오는 사회가 돼버리는 요즘이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11일 만인 4일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하면서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 현실이 됐습니다. 그러나 사법적 절차가 종료됐다고 해서 사회적 갈등까지 끝난 건 아니었죠. 찬반 양측이 길거리로 나와 서로를 향한 비난과 집회를 이어가며 ‘광장 정치(시민이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정치 형태)’는 다시 살아났는데요.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서울 도심에서 찬반을 외치는 시민들이 매주 맞불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 안국역 헌법재판소 앞, 용산 대통령 관저 일대 등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죠. 각자의 의견이 더 거세질수록 갈등은 더 깊어졌고, 이 과정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한 4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시민이 이투데이가 발행한 호외를 챙기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치는 단지 정치적 충돌을 넘어서, 도심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 문제로까지 번졌는데요. 일상생활을 마비시켰죠. 주말마다 경찰 차벽이 설치되고 도로 통제가 이어졌으며 인근 주민들은 소음, 교통혼잡, 학원 수업 취소, 상권 피해를 호소했는데요. 인근 주민들은 창문 하나 마음대로 열 수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이러한 집회는 갈등이 ‘공간화’된다는 점에서 더욱 무거운 의미가 있는데요. ‘정치적 표현의 자유’ 아래 그로 인한 갈등이 얼마나 생활 깊숙이 들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이 생채기 난 감정의 연장선은 결국 대선까지 향하는데요. 탄핵을 주도한 쪽은 “이제 정권 교체로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외치고, 그 반대쪽은 “표로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죠. 대선 출마 의지를 내놓는 후보들과 각 진영은 상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상대 후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갈등은 거리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데요. 가정,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뚜렷한 균열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지난달 5일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2030세대의 61%가 부모와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응답했고, 절반 이상은 정치 대화를 아예 피한다고 답했는데요. 한 20대 응답자는 “부모님과 대통령 얘기를 하다 싸운 뒤로 단톡방에서도 대화하지 않는다”고 말했죠. 같은 가족이지만, 정치 이야기가 관계를 단절시키는 주제가 된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열 일대에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국회의 탄핵소추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부모님과 정치 성향이 달라 미치겠다”, “가족끼리 다들 정치 얘기하세요?”, “이제는 함께 있을 때 뉴스를 아예 안 튼다”, “남편과도 정치 성향이 다른데 문제가 있는 거냐?”라는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대학교도 예외는 아닌데요. 탄핵 판결 전 탄핵 찬성 시국선언과 반대 시국선언이 동시에 같은 학교 안에서 발표되며, 학내 커뮤니티가 격렬하게 갈라졌죠.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모두 낼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이기도 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은 더 위축돼 갔는데요. 학생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토론 대신 침묵과 혐오가 남는 공간이 돼가고 있죠.

갈등이 극심해질수록, 정치적 피로감은 더 커지는데요. 양극단의 목소리가 거세질수록 샤이 보수, 샤이 진보, 그리고 중도층으로 분류되는 조용히 침묵하는 다수들이 대부분 이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회사, 학교, 가정 등 일상생활에서 정치적 논쟁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더 감추고 있죠.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자유통일당 등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민저항권광화문국민대회에서 탄핵 무효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진영별 지지층 결집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중도층은 피로감에 고개를 돌리는 상황 속에 ‘무당층’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인데요. 그렇기에 이렇게 양극단으로 치닫는 풍경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려워지고 있죠.

6월 3일. 이미 다음 대선 날짜는 정해졌습니다. 탄핵 정국 이후의 상처가 봉합될 것인지, 혹은 더 깊어질 것인지, 이번 선거는 그 분기점이 될 텐데요. 갈등은 정권 교체로 끝나지 않고, 정권 유지로도 사라지지 않죠. 당선자는 ‘갈라진 민심’을 마주해야 합니다.

더 멀어진 이들의 사이를 모두 다 껴안을 수 있을까요?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보다 ‘잘못됨’을 지적하며 바꾸고자 하는 요즘, 우리는 그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투데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