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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목)

트럼프 "핵 문제 '직접' 협상 시작"…이란은 '간접' 방식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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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 오만 중재로 이란 핵 논의 진행

트럼프 "이란 협상 안 하면 큰 위험" 압박

이란 관영 매체 "트럼프, 여론 겨냥 심리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과 이란이 직접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격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해당 협상이 간접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오는 12일 오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이란 최고 지도자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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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중 기자들에게 “이번 주 토요일 매우 중요한 고위급 회담이 있을 것”이라며,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 명백한 다른 선택보다 바람직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담이 매우 고위급으로 진행될 것이라고만 언급하고, 회담 장소나 참석자에 대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CNN은 회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오만이 중재하는 자리에서 미국과 이란 고위 관리들이 핵 문제를 직접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이란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측의 반응은 달랐다. 이란의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위트코프 특사와 오만에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의 중재로 간접 협상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아락치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SNS) 엑스(X·트위터)를 통해 “간접 고위급 회담이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라며 “이는 기회이자 시험이며, 공은 미국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급속히 악화한 미국과 이란 관계가 다시 협상의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약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란은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지난 3월 7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협상을 제안했다.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새 합의에 2개월 기한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협상 제안을 거부하고, 간접 협상만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유지해왔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 “미국과의 협상은 현명하지도, 영리하지도, 명예롭지도 않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었다. 마수드 페제쉬키안 이란 대통령도 지난달 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화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미국이 문제”라며, 신뢰 구축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번 회담이나 직접 협상 여부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는 이날 트럼프의 발표 전 “미국과의 간접 협상을 위한 이란의 제안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책임 있고 명예로운 제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운영하는 관영 누르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회담’ 발언을 “국내외 여론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이란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협상이 길어지면 자체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로, 향후 2개월이 협상 타결의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시절이던 2018년 오바마 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2015 JCPOA)에서 미국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복원한 바 있다. 이후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수준을 JCPOA 기준 이상으로 상향했으며, 미국과의 대화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였다.

서방 국가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이 오직 에너지 생산 등 평화적 목적에 국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전면전에 빠진 중동 정세 속에서 추진되는 것이어서 향후 이란의 대외 영향력 및 ‘저항의 축’에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등 이란의 동맹 세력은 최근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도 이란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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