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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정유·배터리 심폐소생 급한데 … 대선모드에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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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인해 에너지 산업 지원 정책이 전면 중단되면서 위기 상황에 부닥친 정유·석유화학·배터리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치권이 대통령 탄핵에 이어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올해 상반기로 예상됐던 산업 재편 정책 발표와 각종 지원 입법 절차가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위기를 지나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는 당초 이달 중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자체 컨설팅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정부도 이 결과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안에 산업 지원 후속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향후 두 달여간 행정부 리더십 부재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컨설팅 보고서 제출과 후속 대책 발표 시점 역시 6~7월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시장 수요 감소와 중국발 플라스틱 과잉 공급의 이중고가 장기화하면서 석유화학 업계에서 산업 위기 공포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초가 급한 상황에서 산업 재편 방향성을 주도해야 할 정부 역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당초 업계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6월 말까지 후속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면서 "방안 마련 시점이 6월을 넘어가면 내각 구성, 장관 청문회 등 변수가 많아져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때 발표할 것이냐, 차기 정부 때 발표할 것이냐를 두고 업계에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현장 목소리도 절박하다. 울산·여수·대산 등 석유화학 산업 밀집 지역에서는 설비투자를 보류한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 중견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방향성을 잡아주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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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로 어려움이 커진 정유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상반기 발표하기로 했던 지속가능항공유(SAF) 세부 전략과 투자 방향 역시 조기 대선 이슈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유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SAF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특성과 미래 시장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성장을 유도한 분야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SAF 확산 정책을 발표하고 올해 상반기 중 '중장기 SAF 혼합의무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6월 대선을 앞두고 섣부른 정책 발표가 쉽지 않아 이 역시 하반기께나 발표가 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대선 이후에도 내각 구성과 장관 임명 등 절차를 거칠 경우 3분기에나 정책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6월 대선이 블랙홀처럼 빨아당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상반기 중으로 예정됐던 SAF 지원 방안도 여름이 지나고 난 후에야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여파로 25%의 관세율 폭탄을 맞게 된 배터리 산업도 정치 일정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국회에서는 투자세액공제, 생산세액공제, 생산보조금과 같이 배터리 업계를 지원하는 각종 입법안이 발의됐다. 이는 전기차 수요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은 배터리 업계를 살리기 위한 대표적인 입법 지원이다. 하지만 국회 역시 대선 체제로 재편되면서 사실상 입법보다 선거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여야 합치가 필요한 입법안 통과가 상당 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산업별 불균형을 회복하는 속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유와 석유화학은 이미 대외 환경 악화로 고전하고 있으며 배터리 업계 역시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과 수출 감소 등 복합적 위기에 놓여 있는 만큼 정치와 무관한 장기적 정책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산업 정책이 정치의 하위 개념이 돼선 안 된다"며 "긴급 지원이 필요한 산업군은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동훈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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