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에너지3법은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최고의 난제들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법들이다. '고준위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확보하기 위한 법이다. 이는 당연히 정부가 진즉 해결에 나서야 하는 문제임에도 차일피일 미뤄 오다가 발전소 내 임시보관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서야 내놓은 방안으로, 고준위 방폐장 위치선정 절차와 유치지역 지원방안 등을 포함한다. 2003년 부안 위도 경험에서 보았듯이 방폐장 건설은 법 제정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아예 손놓고 있는 것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나머지 두 법은 이제까지 주로 사업자들에게 맡겨두었던 분야에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한다. '해상풍력특별법'은 민간사업자 주도로 진행되던 해상풍력을 정부 주도로 전환하여 계획입지를 발굴하고 환경과 주민 수용성이 확보된 발전지구 내에 사업자에 대한 인허가 일괄처리를 지원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민간주도 방식이 난개발과 투기적 위치선점 등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인허가 문제 때문에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여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 주도로 신도시나 산업단지를 개발하여 효율적인 국토이용을 추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전력망특별법'은 전력망 건설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전력망 확충이 절박한데 전력망 건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014년 밀양 송전망 사건이 보여주듯 주민수용성 문제는 한국전력이라는 일개 사업자가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찬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동안 한전에만 맡겨둔 결과 이미 계획된 전력망 건설들이 수년씩 지체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한시가 급한 미래 전력망 확충에 대한 청사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전력망특별법은 최소한 주민수용성 문제와 인허가 문제만큼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3법은 개별사업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전력산업 인프라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서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무탄소 전원 시대에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과거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시대와 달리 경직적 전원인 원전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다양하고 새로운 자원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이전보다 심각해지는 지역별·시간대별 전력수급 불균형에 대응하려면 발전소 건설과 전력망 확충 이외에 양수나 배터리, 압축공기 등으로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 수요를 조절하거나 이전하는 방법,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하거나 이송하는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이 총동원돼야 한다. 이런 자원들은 수급 불균형에 대응할 수 있고 신속한 반응으로 단기적 계통운영에도 도움을 준다. 그만큼 발전소와 전력망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