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서울대 명예교수·한국 투자홍보대사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면밀히 분석하면 오히려 명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행보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변하지 않는 두 가지 기본 정책 방향을 갖고 있다. 첫째, 미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점진적인 산업정책이 아니라 신속하고 효율성이 높은 관세정책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이를 수단으로 다국적 기업을 미국으로 끌어들여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흔히 트럼프 정책을 ‘무역 전쟁’으로 해석하지만 사실은 ‘투자 전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정부 예산을 지출하지 않고도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이자율 정책이 아니라 기업 투자의 생산성을 높여서 물가를 잡으려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자국 경제를 조절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자율 조정 등 거시 금융정책을 활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아닌 기업, 특히 다국적 기업을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
다국적 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고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 경영환경의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 네 가지 시사점을 준다.
둘째, 우리의 경영환경을 개선해 외국 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한국 기업뿐 아니라 다른 다국적 기업들도 해외직접투자 비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서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로의 진출도 늘릴 것인데,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을 더 매력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제품의 생산 효율성을 높여 가격을 낮추면 관세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기술력과 품질을 높이면 한국 제품의 가격이 높아도 한국 제품을 선호할 것이다. 이 전략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에는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전략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때 불확실성만 강조하면 제대로 답을 찾을 수 없다. 성공 사례는 어려운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통찰력을 가질 때 생겨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인한 위기는 충분히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문휘창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서울대 명예교수·한국 투자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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