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04.0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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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임기 만료를 열흘 앞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대통령 몫’의 지명권을 행사한 것이다. 그간 미뤄 왔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마용주 대법관 임명과 함께였다. 한 대행은 “헌재 결원 사태로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와 추경 준비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고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위헌적 권한 행사”라며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신청 등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한 대행의 전격적인 헌법재판관 인사권 행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으로 순조롭게 전환하나 싶던 정국에 만만치 않은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한 대행은 이번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반발하는 마 재판관과 새 재판관 2인에 대한 인사권을 동시에 행사함으로써 정치적 균형의 모양새는 물론이고 헌재의 9인 체제 완성이라는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전례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도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 대행은 작년 말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해 “여야가 합의할 때까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했다가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 당했다. 국회 몫 재판관에 대한 형식적 ‘임명’마저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대통령 몫 재판관 2인에 대한 적극적 ‘지명’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더욱 의아한 것은 한 대행이 지명한 이 법제처장이 윤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와 연수원 동기, 검사 동료로서 윤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 역할을 했던 최측근 인사라는 점이다. 12·3 비상계엄 다음 날엔 이른바 ‘안가 회동’에 참석해 민주당으로부터 ‘내란 공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인물을 지명한 한 대행의 권한 행사를 두고 일각에서 향후 자신의 행보 등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한 대행의 인사권이 관철되면 헌재의 진보·중도·보수 재판관 구성 비율이 바뀐다. 헌법 수호기관의 보혁 구도를 바꿀 중대한 결정을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내리는 것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한 대행은 더는 윤석열 정부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 대선까지 2개월 정부 교체기의 엄정한 관리자로서 정파와 이념을 떠나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어떤 정치적 논란에도 거리를 둬야 할 처지에 그 당사자가 돼선 더더욱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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