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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도시의 내일을 심는 도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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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활동·반려식물 문화 확산

도시 구조적 문제 해결 열쇠

기업투자·ESG 연계 모색해야

아시아경제

4월11일은 도시농업의 날이다. 2017년 '도시농업법'에 따라 법정 기념일로 공식화됐다. 4월은 전통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시기이고, '11(十一)'은 흙(土)을 상징한다. 볕이 따뜻해지면서 푸릇한 식물 돌봄에 대한 의욕이 커지는 때이니 그 의미를 알면 무릎을 치게 된다.

최근 도시농업은 환경오염과 공동체 단절, 식량안보 등 현대 도시가 처한 여러 문제의 해결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흙을 만지며 식물을 가꾸는 텃밭 활동은 도시농업을 실천하기에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파트 베란다나 건물의 옥상, 집과 사무실 주변의 작은 공터, 학교 텃밭 등을 활용해 직접 작물을 기르는 활동이 모두 도시농업에 포함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조사 결과 텃밭을 운영하는 시민의 68%는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가꾸는 일이 정서적 치유에까지 크나큰 도움이 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농업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2023년 사회·환경·경제적 측면으로 도시농업을 분석한 결과 5조2000억원의 가치로 환산됐다. 도시농업은 작물을 함께 가꾸며 건강증진과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텃밭은 유아와 초중고 미래세대들이 자연생태계의 가치와 자연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환경 측면에서는 옥상정원이나 수직정원 등을 통해 녹지율을 높이고, 열섬 현상이나 미세먼지를 완화하며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기능도 한다. 경제적으로는 체험 행사를 통한 식물 자원과 각종 자재 등의 소비 촉진과 관련 산업, 일자리 증가로 미래산업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도시농업의 확산을 위해 중요한 것은 기업 투자와 시민 주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민간기업이 자본과 기술을 투입해 환경(E)과 사회(S)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거버넌스(G)를 투명하게 운영하면, 도시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도시농업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후원해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이미지도 높이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반려식물' 문화는 도시농업의 효용을 일상 속으로 더 확장한다. 실내 공간에서 소규모로 식물을 돌보는 일만으로도 참여자들은 정서적 안정을 얻고, 사회적 고립감에 벗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효과가 더 많은 시민이 자연스럽게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기회를 만든다. 한발 더 나아가 도심 안의 녹지 확충과 생태적 감수성 증진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데에도 보탬이 된다.

도시농업은 이제 단순 취미를 넘어 도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견인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올해는 도시농업의 날을 계기로, 텃밭 활동이 주는 소소한 행복부터 ESG 경영과 연계된 거시적 성과에 이르기까지 도시농업이 지닌 잠재력이 우리 사회에서 더 활발히 실현되길 기대한다.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과 단체 등이 협력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도시농업은 우리 모두에게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도시를 안겨줄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미래 도시를 생각해 보면 '회색, 잿빛 풍경이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많다. 도시 안에 푸른 미래를 심어보자. 도시농업이 만들어갈 새로운 내일이 기대된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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