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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화)

이영애, 32년 만에 연극무대…“정답 없는 여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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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가 입센 연극 ‘헤다 가블러’로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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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대장금’의 대척점에 광기를 뿜어내는 ‘친절한 금자씨’가 있다.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와 ‘마에스트라’에선 냉철하면서 이지적이었고, ‘봄날은 간다’에선 청초한 이미지를 발산했다. 이영애(54)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해온 배우다.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그가 이번엔 밝으면서 어둡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악마적인 여성을 그려낸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고전 명작 ‘헤다 가블러’를 통해서다.



“헤다는 정답이 없는 여자 같아요. 하나의 색깔을 가진 인물이 아니어서 기존에 알던 헤다의 색깔을 바꿔보고 싶어요.”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엘지(LG)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영애는 “밝은 모습이 있어야 그 이면의 어두운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면서 열심히 찾아가는 중”이라며 웃었다.



입센 연극 ‘헤다 가블러’로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 이영애. 엘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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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출신에 복잡미묘한 감성과 파괴적 본성을 지닌 헤다. 평범한 남자와 사랑 없이 결혼하지만, 권태와 욕망 속에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강렬한 비극의 주인공이다. 작품은 헤다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자살에 이르는 이틀 동안을 다룬다. 욕망과 감정에 충실한 자유로운 영혼이냐, 여성에게 억압적인 제약과 구조에 희생된 인물이냐, 헤다를 어떤 캐릭터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작품이다. 입센이 1890년 발표한 작품은 평론가들의 혹평과 논란 속에서도 ‘여성 햄릿’이란 별칭까지 얻으며 세계 각지에서 공연됐다. 5년 만에 6편의 패러디까지 나올 정도였다. 작품이 지닌 현대성 때문인지 요즘도 인기가 있다. 미국에서도 올 하반기 드라마로 제작된다. 국내에선 1986년 초연 이후 2012년 국립극단이 배우 이혜영(63)을 주연으로 내세워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누가 헤다 역을 맡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케이트 블란쳇, 이자벨 위페르, 아네트 베닝 등 내로라하는 일급 배우들이 헤다를 연기했다. 헤다는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 4막 내내 무대에 머문다. 그만큼 비중이 크다. “대사가 많아 어려움이 커요. 퇴장 없이 극을 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죠.” 이영애는 “캐릭터를 연구하면 할수록, 대본을 세번 읽을 때, 열번 읽을 때 다르더라”며 “제가 모르는 제 색깔이 나올 때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에게 이 작품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입센 작품을 하게 된다면 ‘헤다 가블러’를 하고 싶었어요. 헤다의 매력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자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할 테고, 저도 그랬죠.”



국립극단이 배우 이혜영을 내세워 2012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 연극 ‘헤다 가블러’.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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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아트센터가 개관 25돌을 맞아 제작하는 이번 공연(5월7일~6월8일)은 공교롭게도 국립극단 제작 ‘헤다 가블러’(5월8일~6월1일 명동예술극장)와 공연 시기가 겹쳐 더욱 관심을 끈다. 개막도 하루 차이다. 국립극단은 2012년에 이어 박정희 연출(현 국립극단 예술감독)에 배 우 이혜영을 다시 불렀다. 헤다 가블러 역을 두고 감성의 배우 이영애와 카리스마의 배우 이혜영 의 간접 연기 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영애는 “이렇게 같은 시기에 공연하게 될 줄 몰라 조금 놀라긴 했다”며 “처음엔 걱정했지만, 이혜영의 색깔과 이영애의 색깔을 비교해 봐도 좋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면 좋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전인철 연출은 “당황스럽고 부담감이 생겼다”면서도 “지나고 보니 관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아 잘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국립극단 ‘헤다 가블러’에 출연하는 배우 이혜영.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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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모두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엘지아트센터 쪽은 1500석 규모의 대극장 공연이란 점을 강조한다. 가로 16m, 높이 10m의 거대한 무대 세트를 준비했다. 전인철 연출은 “대규모 스크린의 라이브 영상을 활용해 연극과 영상이 장대하게 표현되는 장면들을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극단은 현대적인 감성을 살리는 무대라고 한다. 주목받는 무대디자이너 여신동이 2012년에 이어 다시 무대를 맡았다.



엘지아트센터 무대에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이의 잠녀(해녀) 이모를 연기한 배우 백지원을 비롯해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등도 출연한다. 모든 출연진이 한달간 단일 캐스트로 내리 무대에 오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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