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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수)

美상호관세 본게임 시작…'조선·LNG·무역균형' 협상카드 "최선의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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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한대행, 트럼프 첫 통화서 3대 분야 '한차원 높은 협력' 강조

안덕근 산업장관 "조선 분야 협력 등 중요한 협상 카드 될 것"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국무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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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국가별 '상호관세'가 9일 오후 1시(한국시간, 미국 동부 현지시간 오전 0시 1분)를 기해 발효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주요국들과 상호관세 개별 협상을 본격화하면서 관세율 인하를 위한 본게임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성사되면서 정상 간 외교의 첫 물꼬를 텄고,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무역균형' 등 경제 3대 분야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한미 간 본격적인 관세 논의가 개시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 측에 제시한 관세 협상 의제에 대해 우리나라가 현시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LNG 수입의 경우 수입선 다변화 측면에서 볼 때 우리에게도 이점이 있다. 조선업 협력도 미국의 니즈가 워낙 강하고 한국이 막강한 기술력을 갖고 있기에 협상에서 우리 요구를 어느 정도 관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알래스카 LNG 개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사업이자 사업 성공 시 가스 운송 거리와 수입단가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혹한 기후에 따른 사업성 리스크는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LNG 수입 확대'로 美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9일 총리실에 따르면 한덕수 권한대행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LNG 수입 확대와 무역균형, 조선 등 3대 분야에서의 '한 차원 높은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인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나,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이번 관세 전쟁의 목적으로 밝힌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LNG 수입 확대 등을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의 카드로 제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의 관세 영향권에 든 나라들의 공통점은 미국에 적자를 안기고 있는 나라들로 지목된다. 한국 역시 대미 무역흑자 10위권에 속한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검토해 왔다.

미국산 LNG 수입 확대는 우리 수출에 제약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미국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3위 국가다. 지난해 LNG 수입액만 360억달러(약 50조 원)에 달한다. 미국, 호주, 카타르 등 주요 가스 수출국에는 VIP 고객인 셈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경제 부담 없이 LNG와 원유 등 에너지 도입선을 미국으로 일부 돌리는 것만으로,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후인 2017~2021년 당시에도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비중을 상당 수준 늘려 미국의 환심을 얻어낸 바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각각 0.2%, 0.1%에 불과했던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입 비중은 지난해 13.5%, 11.6%로 확대됐다.

정부는 가스 수입 확대 외에도 도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운송비, 비축비 보전 등의 방식으로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오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출 500호선인 '오리온 스피릿(Orion Spirit)'호 명명식에서 뱃고동을 시연하고 있다. 오리온 스피릿호는 1994년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LNG운반선을 건조한 이래 국내 조선소가 30년 만에 500번째로 수출하는 선박으로 미국 JP모건에 인도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4.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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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뛰어드나...사업성 리스크는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사업으로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도 이번 관세 협상의 핵심 의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취임 후 처음 가진 미 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이 각각 수조 달러를 투자해 이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해와 접한 알래스카 북부의 노스슬로프 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개발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혹한의 환경에서 알래스카 남부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1300㎞에 이르는 가스관 등을 건설하는 고난도 사업인 만큼 총개발비만 440억 달러(약 64조 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막대한 개발 비용으로 인해 사업성 리스크가 줄곧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이런 이유로 2012년 프로젝트 초기에 참여했던 엑손모빌 등 미국의 에너지 대기업들은 일찍 사업에서 손을 뗀 바 있다.

도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미국산 LNG의 장점은 유연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가령 국내 수요가 줄어 수입량을 줄이는 상황이 되면, 액화 설비비용만 지불하고 들여오지 않을 수 있어 수급 불균형에 따른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도 위원은 "그러나 알래스카는 현지에 가스시장이 연계돼 있지 않고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중동산과 같이 '경직성'이 높은 계약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거기에 비용도 만만치 않고, 개발 과정에서 여러 난관도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사업 성공 시엔 한국 입장에서도 알래스카산 천연가스를 중동보다 짧은 운송 거리로 들여올 수 있고, 그에 따라 수입단가도 낮출 수 있어 괜찮은 조건으로 평가된다.

알래스카 LNG터미널부터 한국까지 소요되는 이동 기간은 7일 정도다. 이는 미국 멕시코만 LNG가 파나마운하를 거쳐 한국에 오는 기간인 20일과 중동산 LNG가 한국으로 오는 34일에 비해 훨씬 짧다. 도착단가도 알래스카 LNG는 MMBtu(가스 열량 단위)당 6달러대로로, 현재 한국과 일본의 평균 수입단가인 14달러대에 비해 저렴하다.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단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마무리 작업 중인 선박 모습. 이 선박은 길이 366m, 너비 51m, 높이 29.9m 규모로 10층 빌딩 규모의 초대형 LNG연료탱크를 장착했다. 2021.9.12/뉴스1 ⓒ News1 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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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콕 집은 'K-조선' 협력도 관세 협상 지렛대 활용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LNG 수입 확대'가 이번 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택이라면, 'K-조선 협력'은 미국의 간절한 필요로 인해 한국만의 강점을 내세울 수 있는 협상의 핵심 카드다.

한때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을 자랑한 미국이지만 '존스법' 등의 규제로 인해 현재는 시장 경쟁력을 상실해 해양 패권을 중국에 내줄 처지에 놓였다.

이에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조선업'을 꼽고,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 및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내 선박 건조를 장려하고, 중국 선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향후 10년 안에 미국 내에서 만든 선박을 기존 80척에서 250척으로 늘려 '전략상선'을 운용한다. 현재 국제무역에 쓰이는 중국 선박이 5500여 척에 달하는 만큼 그 격차를 빠른 시일 내 좁혀간다는 취지다.

동맹국과의 협력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방장관이나 교통장관 등의 주도로 동맹국과의 조선업 교류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면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조선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선박의 28%를 건조해 중국(51%)에 이은 세계 2위였다.

조선업 역량 강화에 급한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 우리나라의 높은 경쟁력은 충분한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 관세 조치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4.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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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산업장관 "조선업 중요한 협상카드"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업 협력에 대해 굉장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조선 분야가 중요한 협상카드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조선업에 대한 미국 측의 관심에 대해 "미국의 조선산업 역량이 2차 대전 이후에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우리나라가 현재 갖추고 있는 조선 기술과 제조 역량에 대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그동안 안보 측면에서 우리가 돈독한 동맹관계를 강화시켜 놓은 부분들이 굉장히 큰 신뢰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통상전문가도 정부가 제시한 의제들이 이번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우리나라가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영전략연구단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LNG 수입 확대의 경우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비중을 늘려가는 부분도 있는데, 미국산 수입을 더 가져가는 방향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나쁠 것은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협력' 카드에 대해선 "당장 미국이 요구하고, 원하는 협력 카드인 만큼 우리로서는 가장 믿을 만한 카드"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미국은 중국과의 조선업 분야에서 크게 뒤져 있고, 빠른 시간 안에 동등한 수준의 성장을 위해서는 세계 조선업 2위인 한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의 수요를 우선 충족해 주겠다는 협력 방안을 제시한 뒤 우리의 요구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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