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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트럼프 말한 ‘원스톱 쇼핑’과 방위비 분담금 연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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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했다. 동시에 “원스톱 쇼핑”을 선호한다며, 9일 한국에 발효된 25% 상호관세를 통상·산업·안보 등 다른 현안과 포괄적으로 협상할 것을 요구했다. 한·미 정상 통화는 지난 1월20일 트럼프 취임 이후 처음이다. 늦게나마 소통한 건 다행이나, 트럼프의 노골적 압박에 전략적이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는 한 권한대행과 28분간 통화한 뒤 SNS에서 “한국의 (무역)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LNG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스톱 쇼핑이 아름답고 효율적”이라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관세·통상·투자 등 현안과 한 테이블에 올려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예고된 바다. 한·미는 조 바이든 정부 때인 지난해 10월 체결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서 2026년부터 이 분담금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키로 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 협정 파기도 시사한 것이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늘리지 않겠다면 LNG 구매나 알래스카 가스관 투자를 하라는 것이고, 관세 문제도 묶어 매듭짓자고 엄포를 놓은 것과 다름없다. 한 권한대행은 “한·미 동맹이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조선·LNG·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

통상 문제와 외교·안보 사안이 완전히 분리될 순 없지만, 두 사안을 직접 연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게다가 방위비를 포함한 주한미군 문제는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큰 그림에서 다뤄져야 한다. 권한대행 정부가 섣불리 그리고 구속력 있게 미국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큰 위협이다. 한국 정부로선 미국의 패키지 딜 요구에 고민도 클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비관세장벽을 이유로 흔들 뜻을 내비친 터다. 정부는 분야별로 면밀하고 구체적인 협상안을 마련해 국익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는 동맹을 손익 계산 대상으로 보는데, 우리가 ‘동맹 만능주의’에 빠져 미국 요구에 무작정 굽신거려선 안 된다. 또한 권한대행 정부 임기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미국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새 정부가 마무리할 협상을 시작하고 그 토대를 닦아준다는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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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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