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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5룡에 단체장 출마 러시... 대선 의미 격하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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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황우여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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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국민의힘은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2명이나 임기를 못 마치는 수치스러운 기록을 썼다. 과오를 복기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마땅하나, 당내엔 때아닌 활기가 돈다. 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예비 주자가 넘쳐나면서다. 거명되는 대선주자가 10명을 훌쩍 넘어 13룡(龍)이니, 15룡이니 하는 얘기가 오르내린다. 민심과 동떨어진 광경이다.

국민의힘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들의 출마 열기가 특히 뜨겁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시도지사 12명 중 최대 7명의 대선행이 거론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고,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9일 출사표를 냈다.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박형준 부산시장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 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까지 포함하면 광역단체장 17명 중 8명이 자천타천으로 대선주자로 꼽힌다.

시장직 사퇴 후 출마를 예고한 홍 시장과 달리, 대부분의 광역단체장들은 현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참여하기로 했다. 떨어지면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 대한 신뢰는 뒷전이다. 5월 초 각당 대선후보 경선 때까지 한 달간의 시도정 업무 공백과 차질도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은 대선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 하루 전날인 5월 3일 경선을 실시키로 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집단 출마 부담을 줄여주기까지 했다.

당내 경선 흥행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 국민의힘 구상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부인했음에도 ‘보수 차출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경선 후보가 많은 것만으로 국민의 시선을 끌 수는 없다. 예비 주자 중 상당수가 그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거명도 되지 않은 지지율 0%대 인사다. 이들은 경선 과정에서 대선주자급으로 인지도를 올려 대선 직후 실시될 당대표 선거나 내년 지방선거에 활용할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헌법이 참정권을 보장한다지만, 대선의 의미와 대통령의 자리를 이렇게 가볍게 만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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