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 본격화…환율, 금융위기 이후 16년만 최고치
美, 관세 104% 부과…中 위안화 약화·미국채 매도 카드 거론
위안화 동조된 원화도 환율상승 불가피…WGBI 편입 지연도 '악재'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와 함께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각종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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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환율전쟁'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불똥이 튄 원화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시점 지연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한때 전 거래일보다 13원 오른 1486.3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3일 1483.5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관세→환율로 번지는 미중 갈등…원달러 환율도 '들썩'
환율이 급격히 상승한 원인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꼽힌다.
미국은 9일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9일 오후 1시 1분)부터 중국에 104%의 관세를 부과했다. 앞서 기존 관세 20%에 더해 상호관세 34%를 추가하며 중국에 선공을 날렸고, 중국은 34%의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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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위안화 약화(환율 상승)'와 '미국 국채 매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달러를 선호하면서 기축통화로써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약달러와 강달러를 동시에 추진하는 모순적인 정책이다.
중국은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중국 인민은행은 8일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을 7.2038위안으로 고시했다. 투자자들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7.2위안을 깨면서 역외 환율은 한때 7.4위안을 돌파하는 등 환율이 급상승했다.
권 연구원은 이어 "그러나 8일 고시환율은 2023년 9월 이후 최고치로 미중 갈등 고조에 위안화 스탠스에 변화가 감지된다"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추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상승한 이유도 위안화 가치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원화 가치 역시 하락으로 풀이된다.
NH선물 위재현 연구원은 "위험 통화인 원화는 추가 약세 압력에 놓인 위안화와 연동이 높아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어차피 관세율이 높아져 미국과 교역을 많이 하지 않게 된다면 달러를 보유해야 할 필요도 적어지게 될 것"이라며 "고율 관세 정책으로 미국이 전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낮아지게 되면 글로벌 교역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약해질 것이라는 계산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어 "중국이 이번 기회에 달러 패권을 과감하게 흔들거나 달러에서 선제적으로 빠져나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GBI 편입 지연도 추경·환율에 '부담'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그룹 산하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은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오는 11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했다.
시장은 국채 금리에 큰 영향이 없더라도 한국 경제와 환율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197조 6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과 산불 피해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미 최대 규모의 국채 발행으로 인한 공급 부담이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시기가 6개월 지연된 점은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라며 "올해 공급 부담에도 불구하고 11월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 인식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위안화 절하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해 '1500원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미중 환율전쟁 양상이 격화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추가 약세, 즉 달러 위안 환율이 추가 상승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에 육박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상호관세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한 시점에 그나마 국내로 큰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던 WGBI 편입 시점 지연은 국채시장은 물론 외환시장에도 단기적 악재로 작용해 원화 약세 심리를 자극할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상인증권 최예찬 연구원도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 시기 원화 가치가 절하(-8%)된 바 있다"며 "2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당국의 개입 경계심이 고조되는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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