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9일 도쿄 총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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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며 현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 최대 10만엔(약 99만원) ‘관세 급여’가 검토되는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선심성 돈 풀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정부·여당이 최근 물가상승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처에 따른 경제 대책의 하나로 전 국민 대상 현금 지급을 실시하는 쪽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당정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소득제한 없이 모든 국민에 1인당 5만엔(약 49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앞서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이 8일 총리 관저를 찾아 이시바 총리에게 ‘급여 지급’을 직접 요청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이튿날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찾아가 이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을 이유로 모든 국민에 지원금을 주는 것 자체가 논란이 있지만, 벌써부터 오히려 금액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연립여당안 공명당 안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공명당 내부에서 지원금을 1인당 10만엔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소득 제한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되면서 수조엔 이상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아사히신문은 한 공명당 간부 말을 인용해 “당 안에서는 (10만엔을 넘어) 20만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감세 형식의 국민 지원 방안도 거론되지만, 세법 개정이 필요하고 세율을 낮추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현실적 장애물이 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무역 적자 감소 등을 내세워 주요 무역상대국 57개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일본은 추가 관세가 24%로 책정됐다.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90일 유예 조처를 취했지만, 일본 정부는 상호 관세를 ‘국난’으로까지 표현하며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4일 중의원 내각위원회에 출석해 “‘국난’이라고 할 만한 사태”라며 “정부로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수준의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에서도 류 히로후미 국회대책위원장이 “관세 문제는 ‘국난’이라는 말이 걸맞은 심각한 사태가 될 수 있다”며 “여야가 따로 없고, 협력해야 할 부분에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일본 언론은 ‘국가적 위기’ 앞에 야당이 정쟁도 일시 휴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소수 여당으로서 야당 동의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총리 주변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가 문제가 되면서 이럴 때는 뭐든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내부 비판이 나온다고 한다.
아울러 미국의 관세 정책을 이유로 전 국민에게 최대 10만엔을 지원하려 한다는 점에서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현금 지급’ 논란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당 내에서 감세와 급여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국민 생활과 경제에 미치는 불안감이 대규모 재정 투입에 대한 신중론을 불식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요미우리신문도 정부 고위 관료 말을 따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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