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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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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미얀마 지진, 군정 무능 드러내… 정권 흔들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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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미얀마 강진 현장을 가다
    리처드 호시 국제위기그룹 수석 고문

    편집자주

    2023년 2월 한국일보의 세 번째 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한 허경주 특파원이 ‘아세안 속으로’를 통해 혼자 알고 넘어가기 아까운 동남아시아 각국 사회·생활상을 소개합니다. 거리는 가깝지만 의외로 잘 몰랐던 아세안 10개국 이야기, 격주 금요일마다 함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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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호시 미얀마 수석 고문. 호시 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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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미얀마 중부를 강타한 규모 7.7 강진은 단순한 자연 재해를 넘어 쿠데타 군부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 초대형 재난에 사실상 손을 놓은 채, 통제 강화와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며 피해를 키웠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호시 미얀마 수석 고문은 8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군부의 취약한 대응 능력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며 이번 지진으로 현지 정치 지형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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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미얀마 만달레이 인근 소도시 아마라푸라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여진에 따른 건물 붕괴 우려로 야외에 진료 시설을 마련해두고 있다. 아마라푸라=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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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에서 최우선 과제는.

    “현재 강진 현장 수색·구조 활동은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이재민을 위한 구호로 전환되고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깨끗한 식수와 음식, 섭씨 40도를 넘는 무더위와 몬순(장마)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대피소, 그리고 의료 서비스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원조가 재난 현장으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물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다.”

    -군정이 지진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문을 열까.

    “군부가 다른 나라에 지원을 공개 요청하기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반군이 장악한 사가잉 등 일부 분쟁 지역에서는 검문소를 통해 구호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원조를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부 세계의 지원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군부에 대한 서방 등 다른 국가의 신뢰가 낮고 국제 원조 자원도 부족하다. 중동·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곳곳에서 위기가 중첩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 폐쇄로 해외 지원 여력이 더욱 줄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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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정상회의장 앞에서 시민들이 회의에 참석한 미얀마 군정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든 팻말에는 흘라잉 사령관의 얼굴과 함께 '태국인은 살인자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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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가 지진 피해를 극복할 가능성은.

    “미얀마는 이번 지진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 오랜 내전으로 인프라와 사회 시스템이 이미 붕괴된 상황에서, 이번 재해는 만달레이 등 중부 지역에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더했다. 재건 비용에 수천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만한 자금이 실제 투입될 가능성도 낮다. 결국 느리고 불완전한 재건이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것이다. 이에 따른 사회·경제·문화적 피해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내 군부 입지에 변화가 있을까.

    “미얀마 쿠데타 군부는 국민 다수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다. 게다가 강진 대응 과정에서 무능이 드러나면서 이미지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군정의 핵심 통제 거점(네피도)을 강타했다. 피해가 군부 내부와 그 주변부에 직접 미친 만큼 대응 실패를 감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오히려 군정의 취약성과 혼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정권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수도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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