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폴란드 출신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최근 바우만의 대표작 ‘액체 현대’ 시리즈 가운데 한권인 ‘불안의 기원’이 출간되었습니다. 바우만은 현대 사회를 ‘액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는데요. 고체처럼 고정된 기존의 제도와 도덕이 해체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를 그는 ‘액체 현대’라고 부르며, 현대인은 이런 ‘액체 현대’에서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책에서 말하는 ‘2차 두려움’ 부분이 제게는 눈에 띄었는데요. 이는 사회적·문화적으로 확대 재생산된 두려움인데, 실제 위험한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인식이나 어떤 세계관으로부터 파생되는 두려움을 말합니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불안의 진짜 원인을 알려고 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두려움을 피하려고만 한다고 설명합니다.
바우만이 말하는 ‘2차 두려움’ 에 고개를 끄덕이다, 이 개념이 이번주 교양면에서 소개하는 알린 T. 제로니머스의 ‘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에서 소개하는 ‘웨더링’이라는 개념과도 연결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풍화’나 ‘침식’ 또는 ‘마모’를 뜻하는 ‘웨더링’은 불평등한 사회가 인간의 몸을 갉아먹고 소진시키는 현상을 말하는 개념인데요. 질병이나 죽음에 개인적 요인보다 사회·문화적인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세계적인 철학자도 세계적인 공공보건학자도 이렇게 사회·문화적 요인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 인공지능이 위협하는 일자리, 반헌법적이고 부도덕한 관료들에 의해 위협받는 민주주의….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요소들을 제대로 직시하면서, 두려움의 ‘진짜 원인’을 알아내야, 희망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양선아 텍스트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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